본보는 프랑스의 대문호 앙드레 모루아가 집필한 ‘미국사’(김영사 간)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앙드레 모루아는 신대륙 발견부터 초강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500년 미국 역사의 장대한 드라마를 유려한 문체와 심오한 통찰력으로 풀어냈다. 신용석 조선일보 전 논설위원이 번역을 맡아 원작의 미문과 의미를 충실히 살려냈다는 평이다. <편집자 주>
-북군, 리치먼드 입성
1864년 봄 월더니스, 스팟실베니아, 콜드하버의 전투를 치른 후 그랜트는 제임스 강을 건너 6월에 피터스버그 포위를 개시했다. 여름부터 겨울까지 팽팽한 전쟁을 거듭한 그랜트는 1865년 3월 맹렬한 공격을 퍼부었다. 리 장군이 병력으로는 우세했으나 4월 2일 수도를 포기하고 제퍼슨 데이비스에게 리치먼드에서 철수하도록 권고했다. 남부동맹 정부는 패주했다.
1865년 6월 5일 점령한 수도 리치먼드에 입성한 링컨은 몇 마디 우호적인 말을 했다. 그는 흑인들에게 그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찾아온 구세주 같은 환영을 받았고 흑인들은 확실히는 모르지만 뭔가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했다. 리 장군은 퇴각하는 동안 셰리던 기병대의 추격을 받고 드디어 포위되었다. 4월 7일 그랜트는 리 장군에게 이런 서한을 전달했다.
“장군, 지난주의 전투 결과로 더 이상의 항전은 무익하다는 것을 아셨을 겁니다.”
-리 장군과 그랜트의 회담
리는 무익한 유혈을 피하기 위해 항복 조건을 알고 싶다고 회답했다. 당시 리 장군에게는 탄약도 식량도 없었다. 4월 9일 두 장군은 애포매톡스에서 만났고 이 회담은 역사상 유명한 일화 중 하나로 남아 있다.
두 사람의 겉모습은 굉장히 대조적이었다. 리는 수려한 용모에 새 군복을 차려입고 버지니아 주가 증정한 화려한 군도를 차고 있었다. 반면 그랜트는 병사의 군복을 아무렇게나 볼품없이 걸치고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전쟁의 정치적 측면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다 같이 그리스도교 신자이자 신사였고 위대한 군인으로서 서로 용감히 싸웠다. 또한 두 사람은 똑같이 괴로움을 이겨내야 했다. 리는 항복해야 하는 괴로움을, 그랜트는 적군의 비통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괴로움을 겪었다.
-휴전의 조건
휴전 조건은 관대했다. 남군 병사들은 선서를 한 후 석방되어 귀가하도록 했으며 말까지 가져갈 수 있었다. 그랜트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봄갈이에 말이 필요할 것이다.”
리 장군은 부하들이 굶주리고 있음을 털어놓으며 식량 보급을 요청했고 그랜트는 2만5,000명분의 군량을 보냈다. 두 장군이 회담 내내 변함없이 보여준 위엄, 인정, 순박함은 사람들을 탄복하게 했다. 신앙심이 두터운 리 장군은 하나님이 인간사회의 사건을 사람의 지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결과로 이끈다는 것을 믿고 패배를 깨끗이 받아 들였다.
이것으로 전쟁이 끝났다. 남군은 무장을 해제한 후 북군의 처분만 기다렸고 전쟁이 시작된 섬터 요새에는 다시 성조기가 휘날렸다.
-전후의 남부
북부는 어떤 평화조건을 제기할 것인가? 물론 링컨이 관여하는 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는 굴욕을 주는 일 없이 사태를 수습할 생각이었다. 그는 두 가지 사항, 즉 연방 존속과 노예제도 폐지를 포함하는 평화조약만 마련되면 언제든 서명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부는 너무도 극심한 고난을 겪었다. 남부의 귀부인들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들의 집은 잿더미가 되었고 농장은 황폐해졌으며 아들들은 전사했다.
<
신용석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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