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아는 지인이 1년에 한 번 봄철에 워싱턴에 나와 있는 각국 대사관들이 무료로 개방을 하고 그 나라를 홍보하는데 볼거리는 물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알려줬다.
드디어 6일 토요일 아침 비가 오락가락 내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못 나갈 정도는 아니었기에 서둘러 나셨다. 드디어 매사추세츠 가의 길로 들어서서 가는데 한 대사관 앞에 아직 입장 시간이 30분 이상 남아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곳이 있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나도 줄을 섰다. 나를 기준으로 앞으로 200여명 뒤로도 계속 늘어나는 200여명의 줄에 한참을 기다리다가 도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싶어서 앞으로 가서 문패를 보니 일본 대사관이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은 한국 대사관 앞인데…. 그러고 보니 바로 옆 빌딩이었다.
차례가 되어 문에 들어서니 문화원 안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일본을 대표하는 그 나라 기업체의 홍보가 있었다. 그리고 계절 별 일본 여행상품, 새롭게 발전하는 과학문명, 첨단 산업의 현 주소 등등 다양한 안내지를 나눠준다. 물론 나눠주는 안내지를 담을 가방도 주고…돌아서 나오니 음식을 소개하는 줄이 또 길다. 옥수수를 간장에 살짝 묻혀 구운 것을 주는데 함께 이 옥수수를 구울 때 간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안내 종이도 준다. (섬세한 것들….) 그리고 치킨 테리야끼를 맛보라고 컵에 담아서 준비했다. 아이스크림 모찌와 음료수까지 질서정연하게 나눠준다. 마지막에는 오리가미 체험과 우산 대신 쓰라며 종이로 접은 모자까지 하나씩 준다.
돌아서 나오며 나는 한국대사관은 무엇을 어떻게 홍보하는지 궁금해졌다. 길지는 않아도 줄 서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문 앞에서는 K-Pop음악이 스피커의 성능을 최대로 살려 뿜어낸다. 역시 한국의 음악이 여기서도 대세임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갔다. 평창올림픽을 홍보하는 장면이 계속 나오는 TV가 있고 음악이 들리는 방에 몇 몇 사람들이 앉아서 쇼를 보고 있다. 옆방에는 몇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있는데 종이로 만든 옷과 종이로 만든 작품이다. 옆방에는 다도를 배우는 방이 있고 또 한 방에는 외국인들에게 스티커에 한글로 이름을 써주는 곳이 있었다.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한글을 알아서 인지 호기심인지 모르겠지만 써 준 이름표를 잘 붙이고 있음이 반가웠다. 혹시 한국을 소개하는 자료가 있나 싶어 물어보니 월간코리아 잡지와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소책자를 준다. 문 밖으로 나오니 주차장 한편에 푸드트럭이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몇 몇 손님은 뭔가를 먹고 있고…
나는 왠지 일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참 미워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자연 환경을 지키는 것과 질서의식 그리고 서비스이다. 이 날 두 나라의 문화 홍보하는 자리를 둘러보며 이런 저런 생각이 스쳐간다. 왜 한국은 이런 좋은 기회를 적극 활용하지 못했나? 한국을 알고 싶어서, 한국이 궁금하고, 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소개하는 시간과 공간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주말에 식품점을 가더라도 상품을 소개하며 시식을 할 수 있는데 하물며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과 문화원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국내의 기업체에서 후원을 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품고 기다리다가 입장해서 실망하지 않고 문을 나서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를 외국인들도 선호하는 기회로 만들어 보기를….. 이런 것을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은 너무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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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연 / 락빌,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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