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번째 방문국 룩셈부르크
▶ 한국전쟁 참전용사 85명중 생존자는 이제 9명뿐

장교로 참전한 로저할아버지와 한국전 자료를 함께 보고 있다.
한국전쟁은 룩셈부르크 전투군이 참전한 유일한 해외전쟁이었다
방문국 수가 10개국이 넘어섰지만 정든 사람과 헤어지고 혼자서 이동하며 무거운 짐들을 옮기는 일들은 여전히 만만치가 않다. 방문했던 나라를 떠날 때 정들었던 할아버지와 내 일정을 도와주신 ‘후원자 천사들’과 이별하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는 시간이 되면 ‘맞아 주시는 분이 어떤 분일지’ 기대감도 크지만 걱정스럽고 긴장된다.
룩셈부르크 역에 내리니 룩셈부르크 한국전쟁참전군협회 분들이 마중 나와주셨다. 라인힐드 이모와 빌 크리프스 삼촌이다. 빌 삼촌의 아버지께서는 룩셈부르크 전 국방장관이셨고 1975년에 참전용사협회를 창립하신 분이셨다. 라인힐드 이모의 남편인 폴 삼촌은 이 협회의 전직 회장이셨고 지금은 사무총장이고 라인힐드 이모도 협회 비서로 오랜동안 자원봉사를 했다고 한다.
룩셈부르크는 한국전쟁에 85명이 참전해서 2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생존자가 모두 9명인데 그 중 2명은 캐나다로 이민갔고 현재 룩셈부르크에 사시는 참전군인은 7명이라고 한다. 라인힐드 이모가 이 중 3명의 할아버지를 만나도록 주선해 주셨다.

룩셈부르크 전쟁기념탑.
이튿날 나를 위한 모임이 한국-룩셈부르크 친선협회 회장님 집에서 열렸다. 너무나도 민망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오셨고 환대해 주셨다. 3명의 참전군 할아버지중 한 분은 아침에 갑자기 편찮으셔서 못오셨다고 하고 툰(Tun)할아버지와 리(Lee)할아버지가 오셨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룩셈부르크에 있는 한국입양아협회를 만든 분과 룩셈부르크 박물관에서 일하는 레노아, 룩셈부르크 청년으로 한국을 너무나 사랑해서 한국을 자주 여행하며 독학으로 한국말을 배운 스티브 등이었다.
참전용사 생존자를
만나기로 한 날
민망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와서
환대해 주셨다
호스트인 오리 두플레이(Orie Duplay)씨는 한국계로 유명한 화가이신데 예술인답게 준비해주신 한국음식들이 한접시 한접시 빛이 난다고 할 정도로 정갈하고 우아해 보이고 맛도 좋았다.
툰 할아버지는 90세이신데 한국전쟁에 장교로 참전하셨다고 한다. 미 해병대와 함께 작전 수행을 했는데 엄지손가락을 세우시며 “미 해병대가 최고”라고 하셨다. 나는 미군 할아버지들 친한 해병대할아버지 사연을 소개하며 “그분들은 그런 얘기 들으면 참 좋아하신다”며 “집에 돌아가면 그분들께 꼭 전하겠다”고 했다.
툰 할아버지와 제일 친한 친구인 87살 리 할아버지는 전쟁으로 이름을 바꾸며 살아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룩셈부르크인이지만 아버지가 러시아 군 장교여서라서 러시아계 성(Last name)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적국으로 참전한 러시아(당신 소비에트연방)여서 이후로는 성을 버리고 ‘Lee’라는 이름만 쓴다고 하셨다.

한-룩셈부르크 친선협회 회장인 오리 두플레이 화가(오른쪽)(위). 전쟁기념탑 하단부에 “1951-1954 COREE”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기록이 새겨져 있다.
베노이트 룩셈부르크 역사박물관 소장은 한국전쟁이 룩셈부르크의 역사에도 아주 중요한 장면이라면서 한국전쟁이 룩셈부르크 전투부대가 참전한 유일한 해외전쟁이라고 했다.
파티에는 한국입양아모임 대표도 있었고, 호스트인 두플레이 여사도 입양아로 룩셈부르크에 살게 됐다고 했다. 룩셈부르크 전체 인구가 50만명 정도인데 한국입양아의 수가 600명이나 된다고 해서 놀랐다. 입양아모임 대표인 베로니크는 최근 친엄마를 찾았다면서 곧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유명한 화가인 두플레이 씨는 룩셈부르크에 정착해서 사는 탈북자들을 돕는 일도 한다고 했다.
룩셈부르크의 마지막 일정은 페트루세 계곡과 아돌프다리 근처에 있는 ‘헌번광장’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언덕 위에서 룩셈부르크 신시가지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광장 가운데에는 “Gelle Fra”라는 전사자를 기리는 “황금의 여신상”과 기념탑이 우뚝 서있다. 1958년에 일부가 만들어졌고 1985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탑 하단부에 “1951-1954 COREE”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기록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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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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