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쓴 블록체인에 관한 글을 읽은 한 분이 내게 이메일을 보내오셨다. 자신은 음모론이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믿는 사람으로, 2008년 금융위기나 한국에 IMF 사태를 몰고 온 금융 위기나 그 모든 것들의 배후에는 어떤 힘의 세력이 있다고 믿는데,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이렇게 큰 힘을 갖고 값이 천정부지로 뛰는 현상 뒤에 배후 세력이 뭔가 꾸미고 있다고 의심한다는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지난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가짜 뉴스와 음모론들이 난무하고, 특히 6.25를 겪은 어르신 세대에서 그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서 세대 간에 극심한 갈등이 있었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블록체인을 간단히 말하자면, 집중된 권력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산된 각자가 공유되고 합의된 논리를 가지고 결정이 이행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2008년에 금융위기를 거친 후 2009년 5월 정체 모를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 간 송금을 가능하게 한 ‘비트코인: 개인 간 전자화폐거래’라는 9페이지의 논문이 가져온 혁명이다. 이로 인해 정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경계없는 나라를 꿈꾸는 비트네이션(Bitnation), 집중된 권력과 고액의 연봉을 요구하는 경영진없이 이끌어지는 비지니스모델 등등을 가능케 하는 혁신인 것이다.
여기서 블록체인을 깊이 있게 논할 의도는 전혀 없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음모설’을 따르는 이들의 심리와 그들의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할 수 없어서다. 음모설의 기본적인 심리는 어떤 현상을 내가 모르는 누군가의 탓으로 돌린다. 나는 무력한 한 작은 자로 규정하고, 무언가 잘못된 일은 타자에게 떠넘기는 행위다. 이곳에서 일하며 업무평가를 받은 후 억울하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인해 프로젝트가 실행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내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한 직장 선배에게 토로했을 때 그가 말했다.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내가 관여된 일에 대해 이유를 막론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이 성숙한 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했다.
독자로부터 이메일을 받은 날, 한 TV쇼에서 맨디 하비를 보았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해 음대에 들어갔지만, 열여덟 살 때 극심한 중이염과 희귀병을 앓고 갑자기 청력을 잃었다. “19살 때 대학에서 음악 시험을 보는 날이었는데, 교실 안의 학생들이 갑자기 분주히 펜을 들어 막 쓰고 답안지를 작성하고 교실을 떠나는데 그날 청력을 완전히 잃은 나는 무슨 음악이 나오는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채 당황해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고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제 29살의 그녀는 맨발로 서서 기타를 치며, 듣지 못하는 대신 바닥에서 맨발로 전해오는 비트를 느끼며 노래한다.
그녀의 자작곡 ‘도전(Try)’에 나오는 가사다. ‘나는 도전할 거예요. 내가 책임을 전가할 그 누구도 없다는 걸 난 알아요. 나의 길에 서 있는 단 하나는 나라는 걸 아니까.(If I would Try There is no one for me to blame/ cause I know the only thing in my way/ Is Me)’ 그녀의 노랫소리는 청아하고 감동적이다. 올 1월 10일에 오바마가 퇴임연설에서 한 말을 나누고 싶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그것을 당연시 여길 때 위협받습니다. 민주주의는 여러분, 시민들을 필요로 합니다.’ 무언가 잘못된 것이 있을 때 변화를 위한 시작을 하는 것이, 그 누군가의 몫이 아니라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송윤정 워싱턴 문인회 맥클린,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