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한국일보에 가정 상담소 칼럼을 처음 쓰면서 인정을 받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이나 성취를 자주 의심하며 불안해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실제적으로 능력이 있든지 없든지, 돈이 많든지 적든지, 여유가 있든지 없든지 상관이 없이 작용한다.
고민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불안과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독자들에게 인정받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내 마음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처음 이런 글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이전에 칼럼을 썼던 모니카 이 선생님의 글들과 비교해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지난 2주동안 상담소 칼럼을 준비하며 압박감에 머리는 무거웠고, 이미 3개의 글을 썼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쓰레기 통에 버렸다.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은 나의 지식을 자랑하는 글을 쓰도록 만들었다. 그럴 수록 나의 글은 투박하고 진부 해져만 갔다.
사실 어떻게 써야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 그래서 더욱 글을 쓰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던 것 같다. 우리의 일상 생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떻게 해야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때로 혼란스러워하며 당황해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단순히 돈을 많이 벌거나, 좋은 차를 몰거나, 큰 집에 사는 것 등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얼마나 돈을 벌어야, 얼마나 좋은 차를 타야, 얼마나 큰 집에서 살아야 다른 사람의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준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명확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외부의 기준을 쫓아가다 보면, 나의 삶의 질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삶은 우리로 하여금 열심히 일을 했지만 허무함을 느끼게 하고, 삶의 성과는 있지만 인생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주위에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충분히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신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 걷잡을 수 없는 화를 내거나 그 사람을 비난하는 일까지도 하게 된다.
자존감은 ‘내가 얼마나 나에 대해 만족하느냐’로 결정된다. 따라서 항상 나의 만족감이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 결정이 되는지, 아니면 나의 평가로 결정되는지를 살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일 나의 시선이 다른 사람의 기준이나 가치를 총족시키고 있다면, 자존감은 낮아져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늘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글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평가에 나의 온 신경을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이것을 통해 최근에 나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또한 깨달았다. 내면을 살피며 나의 한계를 인정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또 부끄럽지만), 나의 삶 기준을 바로 잡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다. 내 기준에서는 어제의 나의 모습보다 지금 모습이 좀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칼럼의 과정이 나에게 좋은 상담이 되어주었다.
지금 글을 읽으며 ‘뭐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다 있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글은 나 자신에 초점을 맞추어 썼기 때문이다. 혹 이글에 조금이라도 감동이 있다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나는 나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지, 아니면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맞지도 않는 옷을 입고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이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모습으로 살려고 할 때, 우리는 삶은 진정으로 가치 있게 될 것이다.
counseling@fccgw.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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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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