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에버그린 아파트의 게시판과 엘리베이터에 한 달가량 붙어있으면서 노인들의 시선을 끌며 호기심을 같게 하던 ‘방귀쟁이 며느리’가 지난 10일 드디어 우리 아파트 소셜룸에서 막을 올렸다.
유치부에서 6학년까지의 어린이 20명이 출연하는 뮤지컬 ‘방귀쟁이 며느리’는 정말 깜찍한 유머와 재치 있는 풍자로, 약 1시간을 날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외로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오랜만에 웃기고 즐겁게 했다.
방귀쟁이 며느리가 시부모님 앞에서 조심성이 없이 붕~ 붕~ 들며 날며 방귀를 뀌면서 시어른은 물론 방귀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익살스럽게 꾸민 스토리로, 사람은 누구나 작은 실수를 할 수 있으나 그 내면의 진실을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뮤지컬로 묶어 전해주는 것 같은 감동을 주었다.
가설무대조차 없어서 찬 시멘트 바닥에 앉았다 섰다 바닥에 뒹굴기도 하며 좁은 공간에 서로 부딪치기도 하며 소품을 찾지 못해 당황하는 순진한 모습들, 정말 앙증스럽고 귀여웠다.
사실 이들이 아직 어리고 연기력이 익숙하지 못한 점은 있으나 먼저 이들에게 큰 박수와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은 출연한 모든 어린이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말을 잊고 영어 속에 파묻힐 아이들이 깜찍하고 또박또박 우리말로 대사와 노래를 엮어 갈 때, 눈물이 날 정도로 찡한 감동을 받았다.
무엇보다 30~40대의 젊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참된 교육을 위해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일상생활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서 오고 가는 시간을 맞춰 꾸준히 정성을 다함으로 오늘 같은 좋은 결실을 갖게 된 것을 마음속으로 치하했다.
또 특별히 이 어린이들을 지성으로 지도하신 한국동요교실 김보희 선생께도 깊은 고마움과 감사를 담아 드렸다. 벌써 3년 째 개인적으로 집에서 모국어 우리말은 물론 노래와 동시를 지도하여 온다고 했다. 초등학생으로 함께 공부하기를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무료로 가르친다고 했다. 어떤 보수도 없이 이런 아름답고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김 선생님은 남이 하지 못하는 2세들의 뿌리교육은 큰 봉사요 헌신이라고 하겠다.
오래전부터 큰 교회에서 한국학교를 개설하고 운영하는 곳이 여러 곳 있으나 한국동요교실 같이 순수하고 진솔하게 경제적인 희생도 불문하고 뜻을 이어가는 일, 작은 일 같지만 진정 위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은 이민가정 어린이들에게 우리말 선양의 길잡이가 되는 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보희 선생님은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겠다고 했다. 선한 뜻에 많은 결실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심전심 어느새 나도 동심으로 돌아가 이들의 뮤지컬 속에 빠져들어 방귀쟁이 며느리가 된 것 같았다. 나는 이들에게 열심히 우리나라 말을 가슴 속 깊이 새겨 잃지 않기를 당부하며 내 자작 동시 ‘숙제’ ‘섬’ ‘엄마’를 낭송하여 이들의 정성에 답했다.
앞으로 한국동요교실의 발전과 김보희 선생의 지도로 더 많은 ‘방귀쟁이 며느리’ 같은 해학적 뮤지컬로 2~3세들의 우리말 애용과 뿌리교육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 받기를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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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애난데일,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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