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낭만주의란 유럽에서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에 걸쳐 나타난 문예사조이다. ‘낭만적(romantic)’이라는 말은 중세의 로망스어로 쓰여진 영웅적인 기사 이야기인 ‘romance’에서 유래했다. 낭만주의는 이성을 강조한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로 새롭고 개성 있는 작품들이 늘어나며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에서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혁명의 물결은 19세기 내내 계속되었다. 특히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혁명은 당시 사람들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람들은 자유를 갈망했고, 혁명의 주인공이었던 시민계급(bourgeois)의 영향력이 커지며 이는 음악가들의 활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낭만주의는 근대 국가의 성립과 민주주의의 발전이 이루어진 시민사회의 시대였다. 문화적 의식이 높아지고 문화 생활을 향유하려는 중산층 시민들의 욕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정에서의 음악 활동이 활발해져 독주곡이나 실내악곡이 많이 생겨났고, 직접 연주회장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사람들은 연주회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고 싶어했으며 그 결과로 ‘콘체르트슈튀크(Konzertstuck)’가 탄생했다. 하지만 19세기 후반의 거대해진 관현악곡과 협주곡 등의 규모에 밀려 이 ‘작은 협주곡’은 결국 조명 받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된다.
동시에 악기의 발명으로 관현악에 금관악기와 목관악기, 타악기가 더 많이 사용되어 규모가 훨씬 커지기 시작했다. 또한 최고의 기교를 자랑하는 ‘비르투오조(virtuoso)’가 부상하였고 음악평론가들도 많이 등장하였다. ‘비르투오조’는 뛰어난 연주자에게 붙이는 말로 기교뿐만 아니라 음악적 해석에도 출중한 사람을 칭하는데 대부분이 피아니스트들이었다.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일 것이다. 1811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리스트는 음악적 조예가 깊었던 아버지의 배려로 파리에 가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의 연주가 성공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리스트는 1831년 파리에서 당대 최고의 기교파 바이올리니스트인 파가니니의 연주를 듣고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는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기교적으로 난해한 장식을 첨가하여 편곡해 연주하기도 했다. 물론 연주는 최상급이었다.
또한 리스트는 오늘날의 피아노 독주회에서와 같이 피아노를 옆으로 놓고 앉아 연주하기 시작한 피아니스트이며, 자신의 연주에 처음으로 프로그램 노트를 만들었던 피아니스트로 유명하다. 귀족계급에 속했던 19세기 이전의 청중은 대부분 음악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춘 경우가 많아 곡에 대한 설명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19세기 음악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산층들은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평론가의 글이 필요 했다. 이 때문에 음악평론가들이 많이 생겨났던 것이다.
초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작곡가였던 E.T.A.호프만(Ernst Theodor Wilhelm Hoffmann, 1776~1822)은 라이프치히 <종합음악신문>에,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1834년에 잡지 <라이프치히 음악신보>를 창간하며 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낭만주의는 균형, 형식, 질서 등을 중요시한 고전적 이상과는 대조적으로 자유, 주관적인 사상 등을 추구하였으며 여러 예술 장르가 서로 혼합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문학과의 결합으로 ‘예술가곡’이 클래식 분야의 하나로 자리 잡았고, 교향곡에 표제와 설명이 부가된 ‘표제음악’이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반음계적 화성과 성부 진행, 조성적 모호성, 비화성음의 빈번한 사용, 악기의 개조, 새로운 악기의 개발 등을 작품에 담아 그들의 이상을 표현하고자 했다. 이렇게 ‘낭만주의’라고 말하고 있는 거대한 물결은 음악을 여러 형태로 변화, 발전시키며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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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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