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원하는 대로 항상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더 많이 느낀다. 내 경험으로 ‘이렇게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도, 기대와 다른 결론에 이를 때가 많았다. 그 과정에서 ‘왜 뜻대로 되지 않을까?’ ‘난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과 다른 결과를 거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분노함과 무력감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그 정도면 됐어’라는 대답이 내 마음에 솟아오를 때,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참 신기했다. 왜냐하면 난 늘 열심히 하라고만 배웠고 말했지, 내려놓거나 받아드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움을 만날 때 그것을 해결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이 때 자신이 생각한대로 그 문젯거리가 잘 해결되면 좋지만, 그러한 방식이 통하지 않을 때, 걱정과 불안함을 가지게 된다. 그보다 더 최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해결 방식으로 계속해서 문제를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분노를 느끼게 되고 통하지 않는 자신의 틀에 더 집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사실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마치 발전이 없는 것처럼 혹은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 지나친 매달림은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는 일 등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서 일어난다. 어떤 일을 하고 제대로 처리가 안되면, 우리의 기분은 상한다.

거기에서 오는 실패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똑같은 방법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더 노력한다. 때때로 포기하지 않고 더 노력하는 것이 적절하게 맞을 때는 분명히 있다. 그러나 종종 자신의 방식에 대한 집착을 내려 놓거나 지켜보는 것이 보다 적합할 때도 있다. 아이나 청소년 상담을 하게 되면 부모 상담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부모님을 상담하다 보면 자식을 키우는 자신만의 방식에 굉장한 집념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분들의 특징은 자신이 고수하는 믿음에 자녀들이 따라와 주길 바라고, 상담을 통해 자녀들이 순종적으로 변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 교육은 그런 기대와 달리, 자녀와의 갈등을 일으키는 부모의 확신에 도전을 주어 바꾸는 쪽으로 진행된다. 왜냐하면 부모의 강한 확신은 종종 본인을 압박하고 긴장시킬 뿐만 아니라 자녀에게 똑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켜 마음을 어지럽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상태에서 관계는 당연히 좋지 못하다. 자신만의 방식이 아닌 다른 접근 방식을 생각하고 사용하게 함으로써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도와준다.

관계 안에서나 일을 하면서 자신의 방법이 통하지 않거나 답답함을 느낀다면, 삶이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하려는 순간일 수 있다. 우리의 삶을 이끄는 빛이 항상 밝지는 못하다. 종종 우리를 리드하는 빛을 발견하기 힘들고 혼란스러운 순간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때 삶의 갑갑함을 느낀다면 자신이 고수하고 있는 방법을 잠시 내려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이루어지지 않아 좌절하고 분노하고 있다면, 우리가 고집하는 길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 어떨까? 시도하지 않았던 혹은 무시했던 다른 방법들이 더 적절할 수 있다. 내려놓는 순간에 더 좋은 방법을 깨닫게 될 수 있다.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때, 이러한 내려놓음도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물러나 보자. 더 분명한 이끄심이 보일 수도 있다.

<조탁현 카운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