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 지금] 프레임 전쟁..여당 “수퍼 리치·상위1% 증세” vs 야당 “포퓰리즘·세금 폭탄”
▶ 정기국회 최대 쟁점..여권 ‘문 대통령 지지율 높은 시점에 속전속결’ 전략
문재인정부가 초대기업들과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 추진에 나선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재벌기업 회장 등 경제인들과 차담회를 하는 모습. <연합>
국회가 22일 11조300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제 여야는 ‘증세’ 문제를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 지난 대선 때 복지 확대 공약을 많이 제시한 문재인 대통령이 ‘복지 예산 확보를 위한 부자 증세’ 깃발을 들고 속도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증세론에 불씨를 지피자 문 대통령이 증세를 공식화했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178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간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 아동수당 도입, 고교 무상교육 등 재정이 투입돼야 할 과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정기획위는 이 가운데 95조원가량은 세출 절감을 통해 충당한다고 밝혔지만 증세를 통한 세입 확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막기 위해 초(超)대기업과 초고소득층만 대상으로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상위 0.08% ‘수퍼 리치’ 계층만 대상으로 하는 증세”라고 ‘핀셋 증세’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의원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증세를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 알맞은 이름을 붙여 달라”며 ‘대한민국 1% 증세’ 등을 거론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포퓰리즘 정책 수습책이고 표적 증세”라며 증세에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가공할 세금 폭탄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국민 동의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처럼 여야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는데다 ‘수퍼 리치’ 대상 증세가 한국 경제 전체에 직간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에 증세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최대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틀째 회의에서 “증세를 하더라도 대상은 초고소득층과 초대기업에 한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반 중산층과 서민들, 중소기업에게는 증세가 전혀 없다”며 “이는 5년 내내 계속될 기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여당이)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셨는데, 대체로 방향은 잡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기획재정부에서 충분히 반영해서 방안들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과 정부는 27일 당정협의를 열어 세제 개편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법인세·소득세 개편뿐 아니라 대주주의 자본소득에 대한 증세 방안도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전날 회의에서 연간 소득 2,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하자는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제안을 거론한 것이다. 추 대표는 또 “현행 40%인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 대표의 제안대로 증세하면 연간 3조~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히게 된다. 민주당 의원인 김부겸 행자부장관도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좀 더 나은 복지를 하려면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조금 더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좀더 정직하게 해야 한다”면서 증세 필요성을 주장했다.
대선 당시에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증세’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증세’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은 증세 대상이 아닌 점을 강조한 데에는 참여정부 당시의 ‘뼈아픈 기억’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는 2003년 10월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이유로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했다가 ‘세금 폭탄’ 프레임에 갇히면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2005년 시행 당시 과세 대상자는 국세청 기준시가로 9억원 초과 주택, 6억원 초과 나대지, 40억원 초과 빌딩·상가 등의 소유자였으나 과세 대상자가 아닌 국민들도 증세에 반발했다.
또 역대 정권에서 증세는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하는 등 엄청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정권은 장기 집권에 대한 저항 확산에다 1977년부터 시행된 부가가치세 도입으로 몰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박근혜정부는 사실상 ‘서민 증세’나 다름없는 담뱃값 인상으로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역대 정부의 ‘증세’ 장벽을 잘 아는 문재인정부는 속도전과 여론전으로 증세를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증세안이 세법 개정안 형태로 국회에 제출되면 이를 둘러싼 여야의 논쟁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을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는 왜 서둘러 증세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일까?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에 미치는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연내에 입법을 완료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상위 1% 미만 부자에게 적용되는 증세”라고 설명하더라도 야권이 “일반 국민에게도 간접적 부담을 지우는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한다면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 지지율이 70%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는 시점에 입법을 추진해야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증세를 통해 복지 확대 공약을 적극 실천해야 문 대통령의 경제철학인 ‘소득 주도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한편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중산층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입장이 정반대여서 결국 국회의 증세 전쟁 승패는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선택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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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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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기반은 진보이다. 아무리 포장을 하여도 결국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다. 공무원늘리고 임시직 정규직 전환하고 각종 사회복지 시설향상을 통한 소외계층지원 강화하고.. 다좋은데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해야 하니 돈있는계층의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이게 한국서 가능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