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던 손자가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장손에 장손이 나온다고 시집 식구랑 모두가 기뻐하고 장손닮은 모습을 기대했는데, 외형은 자기 엄마를 꼭 빼어 닮았다. 실망한 모습을 보이며 시어머니 속성을 드러낼까 봐서 잘 생겼다고만 며느리 앞에서 강조했다. 생긴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미래에 어떤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할아버지는 “진실된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세상을 바꿀수 있는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는 원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마틴 루터 킹은 “인생이란 깨어진 꿈들의 연속적인 이야기이다” 라고 했다. 때론 꿈이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해서 절망을 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허우적거리기도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인간은 꿈이 있기에 일어선다. 어려움에 좌절하지 않고 진실된 꿈으로 삶을 충전시킬 때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되리라 믿는다. “손주가 어떤 꿈을 가지고 인생을 설계하길 바랄까” 깊이 생각해 본다.
노래를 잘 하진 못하지만, 학교 합창단과 교회 성가대를 거쳐 지금은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여성 합창단의 일원으로 노래를 즐긴다. 소프라노는 멜로디로 주 선율을 이루기 때문에 난 항상 거기 머무른다. 그러나 늘 매력을 느끼면서 목소리가 허락지 않아서 못하는 파트가 있다. 알토다. 다른 파트에 비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은 약해 보일 수 있다. 때로는 단순하고 지루하기도 하다.
베이스는 하모니의 기둥을 세우고 틀을 짜서, 그 틀을 알토와 테너가 메꾸고 있다. 그래도 테너는 남성의 고음이라 확연히 나타난다. 알토는 모든것에 꼭 필요하다. 알토는 여러 파트와 협력해서 합창에 볼륨을 주기 때문에 유명한 합창곡에는 반드시 알토 파트가 그 곡을 빛내주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듣고 배우려 한다. 음을 감별하는 능력이 조금씩 생길 때마다 합창의 하모니에 도취된다. 피아노 삼중주 앙상블도 좋아하지만 그것 하곤 다른 아름다움을 느낀다.
나는 손자가 사회의 알토 파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크길 원한다. 어느 사회에서나 드러나진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로 살아 갈수 있길 원한다. 누구에게나 행복을 주어 모두에게 환영받는 그런 사람으로 크길 바란다. 행복이란 그저 평안하고 아무런 걱정이 없는 상태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의미를 되새기며 사회에 훌륭한 공의를 실천하고 후세에게 남기며 사람답게 살아갈 때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한다. 일본 속담에 “능력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 라는 말이있다. 능력있는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 진가( 眞價)를 보여 준다는 이야기이다. 알토는 그 발톱을 연상시킨다.
인간은 생후 18개월이 지나면 자의식이 형성된다고 한다.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웃고 자신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가치있는 사람으로 거울속에 비추어지길 바란다. 후손에게 바라는 꿈이 너무 거창하지만, 나의 깨어진 꿈들이 손주에게서 만은 이루어지길 바라는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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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잔 워싱턴 두란노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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