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은 상담을 받는 사람(내담자)과 상담을 하는 사람(상담사)의 관계로 진행이 된다. 그래서 내담자가 상담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이 상담을 이어가는데 또 내담자의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내담자로부터 신뢰를 얻고 관계를 잘 만들어가는 것은 상담의 기본이다.
5년 전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 내담자가 나를 어떤 상담사로 생각하는지에 무척 예민했던 적이 있다. 미숙한 상담사로 보여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아 첫 만남부터 많이 긴장하곤 했었다. 평소 어려보인다는 이야기를 (칭찬으로) 많이 듣는 편인데, 이것이 상담을 할 때는 그렇게 좋지 못하다.
왜냐하면 내가 경험이 없는 상담사로 보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담자들이 나를 볼 때, 나이 들어보이도록 옷을 입는다거나 흰머리를 일부러 염색하지 않곤 했다.
상담 공부를 시작하면서 심리학에 배경 지식이 없던 나로서는 모든 것이 낯설 수밖에 없었다. 도움은 당연히 필요한 거였지만 능력이 없어 보일까봐 궁금한 게 있어도 물어보지도 않거나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수업 시간마다 나의 부족함이 드러날까 늘 두렵고 떨렸다. 상담을 하면서는 내담자가 나를 좋고 실력 있는 상담사로 봐주길 원하는 마음으로 (그렇지도 않으면서) 경험이 있거나 지식이 있는 척 했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내가 좋은 사람이고 자격 있는 사람인지 증명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들은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믿지 못한다고 알려주는 신호일 뿐이다. 나를 보여주기 위해 상대방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통제하려 한다. 결국 나 자신은 정직하지 못하고 가식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걱정과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하는 척’을 많이 한다. 그것은 거짓 가면을 쓴 것과 같다. ‘~하는 척’은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니다. 거짓 가면은 자신감이나 확신이 없는데도 과도하게 나의 생각과 의견을 강하게 주장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스스로 내가 그 자리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음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가 먼저 스스로에게 어떤 생각이나 주장에 확신하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설사 그것이 상대방에게 충분히 인정받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되거나 감정이 상하지 않는다.
누구나 존중 받고 이해 받고 싶어한다. 세상은 그것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인가 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렇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존중하지 않았다고 삶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다른 사람에게 증명하는 것도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또한 누군가 우리를 능력 있거나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보느냐 아니냐 또한 큰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증명하는 것은 억지로 되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남을 너무 의식해서 자꾸 무엇인가 무리하게 하려 하거나,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지나치게 설득하려 한다면, 내가 지금 그것들을 정말로 확신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받아들이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잔인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스스로 인정한 만큼만 상대방이 인정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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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탁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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