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니어 선수들과 대화하는 박세리.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치코의 뷰트 크리크 컨트리클럽 칩샷 연습장 부근.
이곳에서 열린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첫날 경기 결과에 실망해 울고 있던 애슐리 심(14)은 말은 건넨 사람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왜 여기서 울고 있냐"며 다가선 사람은 바로 우상으로 여기던 박세리(40)였다.
박세리는 "오늘 경기를 망쳐서 속상해 울고 있었다"는 애슐리 심의 말에 "오늘 세상이 끝난 게 아니다. 내일이 있지 않느냐"고 위로했다.
애슐리 심은 "하늘같이 여긴 박세리 프로님이 직접 와서 위로해주셔서 정말 감동을 받았고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 첫날부터 코스 곳곳을 누비며 선수들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호스트'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티샷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는가 하면 18번홀 그린에서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따뜻한 박수로 맞아주기도 했다.
특히 여자 선수들은 박세리에게 함께 사진을 찍거나 모자에 사인을 받는 등 경기보다 박세리와 만남에 더 열광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오로지 박세리와 만나는 게 이 대회에 출전한 이유라고 밝힌 선수도 여럿이었다.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인 새크라멘토에서 온 교포 장예나(16)는 "원래 이 대회 출전 계획이 없다가 박세리 프로님이 오신다고 해서 급하게 일정을 바꾸느라 학교를 결석했다"면서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아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산디 박(16)은 올해 AJGA 대회에 처음 출전했다.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산디 박은 박세리와 만남을 기대하며 장거리 여행을 마다치 않았다.
산디 박은 오로지 박세리를 만날 기회라는 이유로 이번 대회에 출전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중국계 미국인 카리사 우(16)는 1라운드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박세리와 나란히 사진을 찍은 뒤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했다.
그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전설적인 스타 선수와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온 박승현(16)은 "방송이나 신문에서만 봤던 분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게 꿈만 같다"고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교포들은 박세리 주니어 챔피언십 개최에 한국인으로 자긍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시애틀에서 두 아들을 데리고 온 마이카 김(49) 씨는 "박세리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인의 자랑 아니냐"며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의 두 아들은 모두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교포 유망주 손유정의 부친 손영진(45) 씨는 "선수 이름을 내건 주니어 대회가 아주 많은데 주변 미국인들이 박세리 대회가 있어야 하지 않냐고들 했다"면서 "마침내 박세리의 이름으로 대회가 열려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박세리.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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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옛날 박세리 맨발의 투혼이 생각나네요. 한국여자 골프의 전성기를 연 대단한 선수. 자랑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