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으로 올라온 <한국: 성공을 향한 무한질주 South Korea: Success at all costs>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았다. 창공에서 서울 고층건물들의 영상에서 빠르게 움직여 올림픽경기장에 모여 있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그 사람들은 만화나 게임에 나오는 인물들 분장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고 사람들로 가득 찬 경기장 안, 중앙 무대엔 커다란 스크린이 있다. 결승에 오른 두 팀이, 컴퓨터 게임의 최강자가 되기 위한 경기가 스크린에 펼쳐지고 사람들은 스크린을 보며 환호하고 탄성을 지른다.
한 시간 오분의 영상에 남한의 모습을 현장 곳곳의 사람들을 밀착 취재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속도감 있게 전달했다. 게임과 최첨단 기술을 초고속으로 이루어낸 나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애완견 복제가 규제 없이 가능한 곳, 세계에서 가장 근로시간과 학생들의 학습시간이 긴 나라, 세계에서 가장 성형수술이 많은 나라,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 기업의 성장과 화려한 초고층 건물들 - 그 속에 가려진 3백만 명에 달하는 최저생계 수준 미만으로 살아가는 이들, 사회의 최고 계열에 속하는 고위 공직자나 기업인들이 여전히 샤머니즘을 믿고 자신의 영예나 이익을 위해 굿을 벌이는 곳.
남한에서 나고 자라 모든 교육과정을 그곳에서 마치고, 회계사로 한국 기업 곳곳을 돌아다니며 밤을 새우며 일했고, ‘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진 후 한국의 IMF 시대의 아픔을 최전선에서 지켜봤던 나로선 그 영화에서 그려낸 한국의 초상이 그리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황우석 박사의 애완견 사업과 그의 고객 이야기는 가슴 한가운데를 후려쳤다. 밀착 취재에 응한 그 고객은 한 성형외과 의사로, 그의 집 마당에 수 십 대의 한정판 고급 차들이 전시돼 있는 가운데 그는 한 차에 개 두 마리를 태운다. 그의 애완견이 사망한 후 애완견을 복제해 지난해에 난 두 마리의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병원 안 한쪽 벽에 이제까지 복제돼 태어난 수백 마리의 강아지 사진들이 걸려 있고, 화면 속 해설자는 서양에선 윤리적 이유로 금지돼있는 동물복제가 이곳에선 가능해 전 세계에서 주문을 한다고 했다. 두 마리 중 하나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해 걱정하는 그에게 담당 의사가 10년 전에 복제돼 태어난 개도 여전히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고 그를 안심시킨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는 매일 하듯 그의 죽은 개 무덤에 들러 죽은 개 사진을 쓰다듬으며 인터뷰에 말한다. “복제할 땐 생각지 못했는데, 복제는 외형은 그대로 같이 만들어내지만, 성격이나 행동은 전혀 다르다. 똑같이 생긴 두 마리의 개지만, 내가 사랑했던 개와는 전혀 다른 개개의 개체이고 그래서 내가 진정 사랑했던 내 개를 더욱 그립게 한다.”
세계 속에서 한국은 한국전쟁과 전쟁고아로 각인되었었다. 그 후 수십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습을 거듭하며 미치광이 독재자가 핵폭탄에 사활을 건 북한과 강남스타일과 폭탄주, K-pop 그리고 돈(=성공)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한으로 그려진다. 부처님은 ‘당신의 현재 모습은 당신이 살아온 과거를 드러내고, 당신의 앞으로의 모습은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고 했다. 한 과학자가, 한 의사가, 한 교수가, 한 기자가, 한 기업인이, 각 개개인이 지금 무슨 선택을 하고 무엇을 추구하는가가 모여 한 집단, 나아가 한 나라의 모습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다음 세대에 전해질 한국의 초상화를 그려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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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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