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들고 발코니로 나갔다. 캐스트 아이론 의자에 기대앉으니 차가운 기운이 온 몸을 감돌고, 드러난 팔위로는 금세 잔 소름이 돋는다. 가을이 왔음을 피부로 먼저 실감한다.
올여름은 더위를 껑충 뛰어 넘을 만큼이나 바빴다. 정성껏 포장한 리스팅 주택들은 마켓에 나오자마자 바이어들과 에이전트들의 문의가 빗발치듯 이어 졌었다. 온종일 컴퓨터를 마주하고,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나의 손과 입은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매일 전쟁을 치르듯 정신없이 일하던 여름이었기에 갑자기 만난 손님(Customer)이 설익은 고객(Client)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가을에 만나는 손님은 잘 익은 고객이 된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에게 있어서 손님의 의미란 부동산에 관한 문의를 해오는 불특정 다수의 바이어들을 이야기 한다. 리스팅 프라퍼티를 지나가던 사람이 싸인판에 적힌 에이전트 전화번호를 보고 문의를 해오는 경우나, 오픈 하우스 중에 걸어 들어오는 낯모르는 사람, 혹은 어떤 광고 매체를 통하거나 누구의 소개를 받아 연락하는 바이어들도 에이전트들은 처음에는 그들을 고객이 아닌 손님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에이전트라면 누구에게나 그들의 손님이 고객으로 바뀌는 시점이 있다. 그 시점이란 손님이나 에이전트 양측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인 시점이다. 그 시점에 이르면 손님은 ‘이 에이전트가 정말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나의 에이전트구나. 나는 꼭 이 에이전트를 통해서 집을 사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에이전트 또한 ‘이 손님은 부동산에 관한한 나만 믿고, 의지하는 구나. 이 분을 위해서 내가 정말 열심히 일해야 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부동산 매매가 바쁘게 돌아가는 여름철에는 손님이 고객으로 여무는 데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러나 부동산 거래가 한 풀 꺾이는 가을이 오면 무심히 걸려오는 전화 한통에도 에이전트들은 관심을 갖게 된다. 즉 한 사람 한 사람의 바이어들에게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을 위한 매물을 찾고, 좋은 딜을 이끌어 내기 위해 내 집 찾는 것 보다 더한 공을 들이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의 고객이란 더 많은 교감을 나누어서 그들의 취향과 사정이 제대로 파악된 바이어와 셀러를 의미한다.
개학 전 이사를 위해 바쁘게 집을 보러 다니던 바이어군이 쑤욱 빠져 나간 가을 마켓이 바이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인 이유는 다른 바이어와의 경쟁을 줄일 수 있어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이전트들의 진정한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름의 막바지까지 집을 팔지 못한 셀러들은 이 시기에 가격을 대폭 조정하게 된다. 물론 꼭 집을 팔아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셀러는 다음을 기약하며 집을 마켓에서 내리고 동면하기도 하지만 꼭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셀러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자세로 집을 팔게 된다. 여름 거품을 빼낸 새로운 리스팅들도 선을 보인다.
가을은 주택 시장뿐만 아니라 이삿짐회사도 오프시즌이라 스케줄 잡기에 용의하고, 이사 후 주택 단장과 관련된 인건비도 절감할 수 있는 시기이다.
아무튼, 가을 고객은 더 호젓하고 여유롭고 편안한 꽃길을 걷게 된다.
문의 (703)625-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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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김 Grace Home Realty &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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