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소매상, 유럽 최고 부자
▶ 유행하는 의류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
“난 평범한 사람,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아만시오 오르테가가 승마장 난간에 기대 서 있다. 그는 평소에도 값비싼 평품 옷보다 편한 티셔츠나 청바지를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how-rich.org 제공]
지난해 9월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부호 순위에서 의외의 인물이 1위에 올라 깜짝 화제가 됐다. 의류 브랜드 ‘자라’(ZARA)로 유명한 스페인 업체 ‘인디텍스’ 그룹의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81)가 그 주인공. 인디텍스 지분 59.29%를 보유한 그는 자산 규모 795억달러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785억달러),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676억달러),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CEO(674억달러) 등을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꿰찼다. 지분 가치 하락으로 최근 순위가 4위로 내려 앉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소매상이자 유럽 최고 부자다.
그가 전 부인 로살리아 메라와 함께 1975년 만든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자라는 현재 스웨덴 H&M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SPA 브랜드다.
뉴욕에 위치한 자라 매장 외관. [위키피디아 제공]
■일터에 뛰어들어야 했던 흙수저 소년
오르테가는 1936년 스페인 레온에서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철도청 직원이었다.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오르테가는 13세가 되던 해 중학교를 자퇴해야 했다. 이듬해 아버지를 따라 이주한 코루냐에서 그는 ‘갈라’라는 이름의 셔츠 전문점에 취직해 옷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오르테가는 훗날 자라 성공의 초석이 될 아이디어를 얻는다. 당시 갈라는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옷을 파는 작은 가게였는데도 원단을 원단 생산업자에게 직접 사지 않고 중개상을 거치는 등 복잡한 생산·유통 방식을 갖고 있었다. 오르테가는 이런 방식을 단순화하면 더 빠르고 싸게 옷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72년 오르테가는 부인 메라(당시 약혼녀)와 함께 여성용 목욕가운을 만들어 파는 옷가게 ‘고아 콘펙시오네스’를 열었다. 옷가게 주인이 된 오르테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중개상을 거치지 않고 원단업자에게 직접 원단을 구입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
그는 이 외에도 불필요한 중간 과정을 찾아 걷어냈다.
■유행하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첫 가게를 통해 성공의 가능성을 본 오르테가는 1975년 항구 도시인 라코루냐에 자라 1호점을 세웠다. 그는 “유행은 만드는 게 아니라 따라가는 것이다”라고 늘 강조했다. 유행을 무리하게 예측하는 대신 순발력 있게 반영해 옷을 만드는 자라의 사업 모델은 이런 생각에서 탄생했다.
오르테가가 고수한 철학은 또 하나 있다. 고객이 ‘살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품은 빛나지만 너무 비싸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그는 “다른 곳에서 100유로에 사야 하는 실크나 캐시미어 의류를 자라에서 30유로에 살 수 있다면 틀림없이 기쁘지 않겠느냐”라고 묻는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면서 자라는 성공적으로 스페인 시장에 안착했다. 1985년 오르테가는 불어나는 자라 매장과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인디텍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인디텍스는 1988년 인근 국가 포르투갈을 시작으로 자라를 해외로 가져나갔다. 인디텍스가 93개국에서 운영하는 매장 수는 2,200여개의 자라 매장을 포함해 총 7,200개에 이른다.
■“난 평범한 사람…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오르테가는 세계 각국에 비싼 건물을 소유한 부동산 거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 근대화의 상징이자 마드리드에서 가장 높은 건물 중 하나인 43층짜리 ‘토레 피카소’를 2011년 5억3,600만달러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마이애미의 ‘에픽 레지던스 앤 호텔’도 그의 소유다.
그는 2012년 로마 가톨릭 구호 단체(카리타스 인터네셔날리스)에 2,000만유로(2,4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통 큰 자선가로도 유명하다. 오르테가의 관심은 특히 건강에 있는 듯하다.
그는 2015년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 1,700만유로(2,000만달러)를 쾌척했고, 지난해에는 암의 진단과 치료 등에 써달라는 뜻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자선 재단을 통해 3억2,000만유로(3억8,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이처럼 유명할 수밖에 없는 여러 요인을 지니고 있지만 오르테가는 사실 빌 게이츠 등 다른 부호에 비해 낯선 편이다. 이는 자라의 스페인 증시 상장을 앞둔 2001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했을 만큼 외부 노출을 꺼리는 그의 성향 때문이다.
오르테가가 고집스러울 정도로 은둔형 삶을 추구하는 건 그 스스로를 평범한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는 “나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고, 앞으로도 계속 중산층 사고방식을 지니며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자신의 엄청난 성공에 대해서도 오르테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노력과 헌신이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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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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