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수 후보자 인준 거치며 “여소야대 지속되면 안정적 국정 어려워”
▶ 내년 지방선거 거치며 여대야소 변경 또는 정책 연대 등 시도할 듯
지난 22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국회 국민의당 원내대표실에서 김동철 원내대표와 회동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연합>
문재인정부는 현재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조가 지속된다면 2020년 4월 총선 때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심지어 야당에 끌려가는 경우가 자주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에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가결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야 관계 재편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여야 협치 체제를 구축하든지 아니면 정계재편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9월25일 현재 국회 의석 총 299석 중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1석에 그치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07석,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40석, 제3야당인 바른정당은 20석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이어 군소 정당인 정의당과 새민중정당, 대한애국당의 의석이 각각 6석, 2석, 1석이고 무소속이 2석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쟁점 안건 처리 과정을 보면 대체로 민주당·정의당과 보수 야당인 한국당·바른정당이 서로 맞서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해왔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운명이 각각 부결과 가결로 갈리는 과정에서도 결국 국민의당 의원들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가 됐다.
특히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당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했다.
우선 민주당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직전에 지난 대선 때 국민의당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 10여 건을 전격 취하했다. 민주당은 또 국민의당이 선호하는 ‘분권형 개헌’과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력을 당부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을 겨냥해 ‘땡깡’ 발언을 한 데 대해 유감 표명을 하면서 국민의당의 협조를 부탁했다.
게다가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표결하는 날 국민의당의 상징색인 초록색 넥타이까지 매면서 구애 공세를 펼쳤다. 이 가운데 소송 취하와 선거구제 개편 약속 등을 두고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뒷거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여권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 때 총력을 동원한 것처럼 매번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같은 ‘구애 공세’로는 정국을 주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입법 작업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
여권은 이에 따라 ▲여야 협치의 틀 정착 ▲개혁을 위한 정책 연대 추진 ▲정계재편을 통한 여대야소 체제 구축 등 세 갈래 길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 카드 모두 장단점이 있다. 가령 협치는 정계재편 없이 추진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언제든 협치 틀이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성 부족이란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與大野小)로 바꾸는 것은 ‘총선 민의를 저버린 인위적 정계재편’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라는 실리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에는 본격적인 정계재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적다. 정계재편 논란이 확산될 경우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계재편 시나리오가 채택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선거 제도 개편 논의 등과 함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계재편의 구체적 시나리오로는 ▲민주당+국민의당 통합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통합 ▲민주당+정의당 통합+호남 출신 등 국민의당 일부 의원 참여 ▲민주당+정의당 통합+국민의당·바른정당 일부 의원 참여 등을 그려볼 수 있다.
만일 민주당을 주축으로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가세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진보대연합’이 된다. 과거 1990년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이 ‘보수대연합’인 것과 대비된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이 합당하지 않고 ‘정책 연합’을 통해 입법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힘을 모으는 연대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과거 ‘DJP(김대중+김종필)연합’도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 ‘공동정부’까지 운영한 적이 있으나 노선 차이 때문에 정당 통합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문재인정부는 정계재편은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고 보고 일단 협치 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정 국정 상설 협의체’를 구성해 야당의 협조를 받는 방안이다. 그러나 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 및 경제·복지 분야 정책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3박5일 간의 ‘유엔 외교’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이 27일 여야 5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회동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안보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와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위한 것이다.
바른정당, 정의당은 회동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변수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4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적폐세력으로 지목하며 정치 보복에 여념이 없는데 적폐세력의 대표를 청와대로 불러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홍 대표가 불참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막판까지 한국당 등을 설득해 문 대통령과 5당 대표와의 회동을 성사시킬지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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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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