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에 아이폰 10주년 기념으로 출시될 iPhone X를 선보이며, 얼굴인식으로 잠금 해제를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떠들썩하게 광고했다. 얼굴이나 지문 혹은 음성 등의 생물학적 고유성을 이용해 각 개인의 정체성을 찾아내는 기술은 이제 우리의 일상 속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물학적 고유성에 기반을 둔 정체성 확인은 상당히 신빙성이 없다고 한다. 가면을 쓰거나 음성을 흉내 내거나 쉽게 기계를 속일 수 있고 해킹에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개개인이 누구인가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회적 구조가 갖추어진 나라에 사는 이들에겐 무관해 보이겠지만, 현 지구상엔 이십억 명이 넘는 사람이 신분증이 없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난민이 된 이들도 그렇고, 태어나서 한 번도 등록이 된 적이 없어 이 땅에 살지만, 서류 상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인 것이다. 신분증이 없다는 건, 교육을 받을 기회도 금융기관이나 어떠한 등록을 요구하는 모든 행위에 참가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들은 사회의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극빈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등과 같은 신기술로 정부가 발행하는 신분증 없이 개개인을 구별하여 인식하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중 내게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것이 한 개인이 인터넷상에서 하는 언행을 분석해 각 개인에게 고유한 ID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개인의 생김새나 음성이나 직업이나 과거에 받은 교육 등의 아무런 정보가 없이도 인터넷에서 어디를 가고 무엇을 사고 누구와 소통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등등으로 개인의 고유성이 확인되고 이렇게 확인된 고유성은 속일 수도 없고 해킹을 당할 염려도 없다고 한다.
내게 국가나 직장이나 어떤 권위에 기반한 기관이 발행한 신분증이 없이, 이처럼 인터넷상에서의 행태로만 내 정체성이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 인터넷 상에서 모아진 나에 대한 데이터가 내 과거의 언행을 모두 기억하고 있어 현재의 나를 타자와 구분한다. 내가 누구인가? 나를 나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떠나지 않고 맴돌 때, 한 신문에서 논어를 논한 글을 읽게 되었다. 논어 마지막 문장이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라고 한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은 사람의 외형을 취하지 않고 그 마음의 중심을 본다.’고 했다. 논어 마지막 문장에서의 ‘말’이나 성경의 ‘사람의 중심’이나 같은 것을 뜻하지 싶다.
팡파르를 울리듯 광고했던 애플은 한 달도 채 안 되어 얼굴인식 잠금 해제 기능은 쌍둥이나 성장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오류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전화기나 카드, 은행 등등에서 이용하는 우리의 얼굴, 지문, 음성과 같은 생물학적 외형이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이 아니라, 아무런 신분증도 없고, 직함도 없고, 기억을 모두 잃은 순간에라도 한 인간의 고유성을 정의하는 것은 그 마음의 중심에서 나오는 말과 행위일 것이다. 매 순간 온전하고 순전한 마음의 흐트러짐이 없도록, 또한 그 마음을 드러내는 말과 행실에 조심스러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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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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