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제분이 ‘라틴어 수업’ 이란 책 한권을 선물했다. 한국인 최초 바티칸 대법원 변호사 한동일 신부가 쓴 책이다. 평생 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다는 신부는 이 책에서 라틴어 자체는 물론, 특별히 그 속에 숨어있는 심오한 진리와 사람답게 살아갈 지침서 같은 놀라운 뜻을 해설해 준다.
중세 이후 세계 유명대학의 모토도 라틴어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면 그 위력과 권위를 실감하게 한다. 유펜대: (양심이 없는 법은 공허하다: Leges sine moribus), 예일대: (빛과 진리- Lux etveritas ), 하바드: (진리:Veritas), 그리고 서울대학(진리는 나의 빛: Veritas luxmea). 라틴어로 된 수많은 금언들이 지금도 우리 생활에 들어와 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등등...
가톨릭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63) 이전에는 미사가 전부 라틴어로 집전되었고 신자들은 신부님 등을 보며 미사 참례를 했다. 공의회 이후 미사는 세계 어디든 그 나라 언어로 하게 되었고 미사 집전 사제도 교우들과 마주 보며 거행하게 되었으며 교회 전례상 여러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라틴어에 대한 추억이 새삼 떠올랐다. 내가 다니던 본당에서는 복사(제대에서 사제를 돕는 일)를 하기 위해서는 미사중 일부 기도의 라틴어를 무조건 달달 외우고 신부님 시험을 통과 해야만 했다.
미국, 호주, 아일랜드 선교사, 신부님들이 순환부임이 되어 사목하는 본당이어서 간단한 영어 회화도 자연히 익히게 되었다. 고교 2년간을 이 라틴어와 인연이 되어 신비한 미사의 은총을 받으며 복사를 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 그때의 소소한 스토리들을 생각하게 되면 이 시간에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까까머리 시골 불초 고교생이 외국 신부님과 가까이 한 시간들을 통하여 학교생활과 신앙생활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며 희망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성적도 좋아지고 모든 일에 자신이 생겨 성격도 너그러움이 쌓이게 되었다. 그때의 열정적인 삶의 역동이 지금도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인가? 이 나이까지 살아온 내 울타리 안 의식의 집을 이 가을에 화사한 색으로 페인트칠 해볼 생각이다. 꿈이여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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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업/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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