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진 동갑내기 전 여친 스토킹 끝에 편의점서 칼로 찔러
▶ 충격과 공포로 반 난민정서 자극… 독일 난민정책 시험대에
15세 소녀가 살해당한 드럭스토어 앞에 그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촛불들이 놓여 있다.
독일 극우파 지지자들이 칸델에서 반 난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독일의 소도시 칸델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소년이 동갑인 전 여자 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 독일사회 전반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새해에 접어들어서도 미아 V.의 죽음은 대다수 독일인들의 최대 관심사인 듯하다. 라디오에서도, 텔레비전에서도, 그리고 소셜미디어에서도. 스토리는 이렇게 전개되며 반 난민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 또 다시 난민이 독일 소녀를 공격했다. 이번에 희생된 소녀는 겨우 15살이다…
사건은 샴푸와 오개닉 베이비 푸드가 깔끔하게 정리된 한 드럭스토어의 진열대 사이에서 발생했다. 상점 안으로 걸어 들어온 한 10대 소년이 그곳에 있던 전 여자 친구에게 다가가 부엌칼을 꺼내들고 그 소녀의 심장을 찌른 것이다.
독일 남서부 지방의 소도시 칸델에서 지난해 12월27일에 발생한 이 죽음은 인구 1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조용한 타운을 엄청난 충격에 빠트렸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둘 다 불과 15세 밖에 안 된 이 지역 학교의 재학생인 것에 더해 소년은 아프간 난민이고 소녀는 독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독일이 1백만 이상의 난민들에게 문호를 연 이후 베를린의 크리스마스 마켓 테러공격, 쾰른의 강간 등 전국적으로 조명된 뉴스들이 독일사회에 불안감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압둘 D.와 미아 V. 두 틴에이저의 케이스는 특히 더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도시인데다 두 아이의 나이가 너무 어려서일 것이다.
독일이 점점 덜 안전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가고 있지만 통계에 나타난 실상은 다르다. 지난 2년간 범죄율이 약간의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강력범죄는 10년간 꾸준한 하향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독일은 여전히 유럽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민이나 망명신청자들이 관련된 범죄는 발생할 때마다 전국적 불안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계기가 되어 왔다. 논쟁의 핵심도 난민 문제에 대한 논리적 대립이나 경비대책보다는 불안과 공포 등 정서적 불편함으로 바뀌고 있다.
“난 두렵다”고 살해사건이 발생한 DM 드럭스토어 앞에 촛불을 밝히고 있던 24세 치과조무사 야나 와이겔은 털어 놓았다. 2살짜리 딸을 둔 그녀는 이젠 더 이상 어두워진 후엔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 같은 난민문제에 속수무책인 국가를 비난했다. “우리가 통제력을 상실한 듯 느끼게 됩니다. 국가가 통제력을 잃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독일에선 미성년자라고 주장하는 난민들의 연령을 측정하는 의료검사를 의무화해냐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망명이 거부된 신청자에 대한 추방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수상의 보수파와 보다 리버럴한 사회민주당과의 잠정적 대연정 합의서에도 난민 상한선을 1년에 22만 명으로 정하고 난민의 가족 초청 숫자도 엄격히 제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관용적이며 진보성향을 보여온 칸델에서도 거리의 분위기가 경직되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이번 살해사건을 상당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아가 압둘과 헤어지기 전, 미아의 가족들은 압둘을 환영했으며 이처럼 수천수만명의 난민들이 독일에서 환영을 받았다고 지적한 와이겔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우리의 환대를 배신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범죄학자들은 독일은 여전히 매우 안전한 나라라고 강조하지만 이 같은 살인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의 정서는 다르다. 막연한 불안감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미아를 추모하는 촛불과 꽃다발이 쌓인 드럭스토어 앞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 속에는 난민들의 범죄가 줄줄 엮여져 나온다 : 며칠 전 인근 스페이어 타운에선 독일 여성이 수단 난민에게 강간당했고, 1년 전 프라이부르그에선 아프간 난민이 또 다른 여성을 강간하고 목 졸라 죽였고…
운치 있게 복구된 중세의 주택들이 깨끗하게 늘어 선 칸델은 점심시간엔 상점들이 문을 닫는 여유로운 타운으로 아프간과 시리아 출신 난민 125명이 정착한 곳이다. 시장은 좌파 사회민주당 소속이며 지난 선거에서 극우정당인 ‘독일 위한 대안당(AfD)’의 득표율은 10%를 넘지 못했다. 이런 진보적 성향의 도시로, 3세기 전 프랑스에서 위그노 난민을 기꺼이 받아들인 역사를 자랑하는 칸델의 ‘관용의 전통’이 요즘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50대 빵집 여주인은 “난 외국인과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두려움은 늘 있다. 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라고 불안해했으며 청소 근로자인 60대 남성은 수십년 일한 독일인 은퇴자보다 난민들이 더 많은 정부 혜택을 받는다면서 자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팬은 아니지만 “우리 정치가들도 조금 쯤 ‘독일 퍼스트’를 외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험대에 오른 것은 칸델의 ‘관용’만이 아니다. 독일의 난민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극우정당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며 칸델에서 침묵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으며 친 이민 녹색당에서 AfD로 당적을 바꾼 한 의원은 미아의 살인사건이 ‘터닝 포인트’라면서 “이 사건이 독일에 닥친 난민위기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편 난민 혜택업무를 담당한 칸델의 지역 사무실은 “공범들!”이라고 위협하는 익명의 메시지가 쇄도하면서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미아가 살해되기 10여일 전 그녀의 부모는 지역 경찰에 압둘을 신고했었다. 압둘이 미아를 계속 온라인으로 스토킹 하는가 하면 그녀와 함께 있던 동급생을 질투로 폭행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미아의 아버지는 압둘이 절대 15세가 아니라면서 미성년자 여부에 대한 의학적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난민의 경우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게는 정부혜택, 교육, 취업, 가족초청 등에서 성년보다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현재 난민 대상 연령측정 검사는 자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데 이 검사 결과 미성년자로 판명되면 추가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검사를 받은 자원자 중 약 3분의 1은 18세 이상으로 보인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지나친 반 이민정서를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칸델의 시장 귄테르 티엘레뵈르거는 최근 칸델에서 발생한 한 가장의 일가족 살해-자살사건은 전국뉴스조차 되지 못했다면서 “이 소년(압둘)이 독일인이었더라면 우린 지금 이런 대화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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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me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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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정치적 목적 때문에 하는 일들은 꼭 뒤탈이 나는법...
그렇지 않아도 정치 생명 간당간당 한데 난민 무차별 받아 주더니 앤젤라 머클 정권 망해가는 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