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영일,‘Overcome 1432’
오늘 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랜센추럴역의 렉싱콘가 입구
도어의 바로 안쪽에 서 있곤 하던 그
만월이 떠오르고 있다. 지구의 주변, 별똥별이
허공을 가로질러 흐른다. 일 년 넘게 나는
날마다 그를 지나쳤다, 이른 아침에
그리고 하루 일이 끝난 뒤
그는 그때까지
똑 같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
양팔을 내리고, 각자의 방향으로
부딪치지도 않고
같은 순간에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는 수천의 사람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Malena Morling ‘바틀비를 위하여’
임혜신 옮김
바틀비는 19세기 월가를 배경으로 한 허만 멜빌의 소설, 필경사 바틀비의 주인공이다. 그는 구조의 한 부품으로 살다가 용납할 수 없는 구조에 소극적 극단으로 저항하지만 결국 감옥에서 굶어죽고 만다. 현대의 자본주의 구조는 당시보다 훨씬 비인간적이다. 소설 속에서처럼 그를 이해해보려는 고용주는 없다. 열심히 일하던 필경사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듣지 않는 자가 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싸움과 순응과 자폐 중 자폐를 택한 시 속의 남자는 또 어디로 간 것일까. 우리가 무심코 Loser라 부르는 그가 사라진 자리에서 한 시인이 또 허만 멜빌처럼 묻고 있다, 대체 인간은 무엇인가. 임혜신<시인>
<
Malena Mor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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