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땅에서 파란만장의 일생을 마치신다며 귀국하신 게 엊그제 같습니다. 전화로 안부인사 나눈 게 지난해 가을인데 별세 소식을 접하고 놀라서 한참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김 장군님과의 인연을 회상해보니 처음 뵙기는 1955년 제가 초급장교 때였습니다. 육군본부에서 장군님은 작전 임무를 총괄하셨으며, 가끔 복도나 연병장 하기식에서 뵙는 모습은 권위와 위엄의 일반적인 장군보다는 온화하고, 덕망 있는 장군이라는 장병들의 정평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 후 18년 전, 워싱턴 6.25참전유공자전우회와 동부재향군인회에서 직접 만남의 인연이 된 것이 소병으로서는 큰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이지만 김 장군님은 일찍이 일본 학도병으로, 광복 후 국방경비대 소속으로 육군 창설의 주역이시며 6.25 동란 중 2사단장으로 혁혁한 무공을 세워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영웅이십니다.
1960년 5월 북한군의 침공지역인 6군단장 재임 중 5.16 쿠데타를 맞아 반란진압에 나섰지만 상급 지휘체계의 혼란으로 인한 실패로 체포돼 반혁명 재판에서 10년형을 받고 영어의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 뒤 형 면제로 자의반 타의반 유학길에 올라 10년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학사, 석사에 경제학 박사가 되셔서 새로운 인생진로를 모색하셨습니다. 그러나 1972년 11월 반유신독재 시위에 참여, 지도한 일로 결국 미국에 정착하셨습니다. 20년의 가톨릭대학 교수생활을 비롯해 적극적인 동포사회 참여로 한미장학재단 발족과 국제 한국학회 이사장을 역임하시는 한편, 외로운 노년을 병마와 싸우며 의지할 곳 없는 노인들을 위해 25만달러의 가산을 희사하셨습니다.
특히 김 장군님은 6.25참전유공자전우회와 2001년 동부재향군인회 창립과 조직운영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힘쓰셨습니다. 조국방위에 몸 바친 명예와 긍지의 군인정신 고취와 끊임없는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에 대응한 규탄, 시위 성명에 참여하시고 특히 주한미군 사령관 출신 및 군 고위인사들과의 친분으로 한미 향군 유대도모로 한미동맹 증진이란 외교적 역할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유비무환의 양병론을 주장하신 이이 선생의 유지를 펴는 향군 율곡포럼 위원장으로서 굳건한 안보의식 진작은 물론 전시작전권 이양 및 한미연합사 해체 반대운동 등에 앞장서는 안보 공감 캠페인에 솔선하셨습니다.
2009년 워싱턴 무공수훈자회 창립식에서는 김 장군님 자신이 국가 최고 태극무공훈장을 받았으나 오히려 “전투로 희생된 무명용사를 비롯해 참전군인들 모두가 참된 무공수훈자”라고 겸손히 말씀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2007년 김 장군님의 ‘송화강에서 포토맥강까지’ 회고록과 ‘제2의 인생을 걷게 한 5.16 수기’를 감명 깊게 읽은 바 있습니다. 투철한 국가관, 정의감과 군을 사랑하는 마음은 무서울 정도이시며, 원칙과 정도로 비굴하게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군 역사상 몇 분 되지 않는 존경스런 참인간, 참군인이셨습니다. 정말 김 장군님은 고매한 95년의 삶을 아름답게 영위하신, 패자가 아닌 영광의 승리자십니다. 김 장군님은 참인간으로서,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용감한 장군으로서 또한 훌륭한 교육자로서 진실하고 정의롭게 고귀한 평생을 사셨습니다.
김 장군님!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진다는 명언을 되새겨봅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군의 후예인 우리 향군은 김 장군님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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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희 안보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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