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윤동주문학회에서 고 이병기 1주기를 맞아 작은 추모회를 열었을 때 민병임 씨를 처음 만났다. 그는 뉴욕에서 기차로 왔고 그가 펴낸 칼럼집을 윤동주문학회원들에게 선물로 가지고 왔다.민병임씨는 고 이병기의 누이동생으로 시집 가기 전 이름은 이병임. 내가 이병기와 가깝게 지낸 인연으로 민병임 씨를 알게 되고 그녀가 선물한 칼럼집을 하나하나 다 읽고 이 독후감을 쓴다. 칼럼집은 그녀가 뉴욕 한국일보 칼럼니스트로 쓴 1,000여편의 칼럼에서 추린 62편, 5부로 나뉘어 수록되어있다.
일간지 칼럼은 일주일에 한번 고정 칼럼으로 발표된 글로 보인다. 그때 그때 시사적인 글이 될 수 밖에 없지만 필자의 문학적인 감성과 인간애가 드러나 있는 글들을 읽으며 칼럼과 문학의 사이,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미국의 저명한 일간지 칼럼니스트들은 그들의 칼럼을 모아 책으로 펴내는 일이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그때 그때 정치적, 시회적, 경제적 사건에 부딪쳐 써내놓은 글이기 때문이다. 나도 한국의 영자지에 1966년 부터 쓴 칼럼 1000편이 7개의 스크랩 북에 담겨있지만 단행본으로 낼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다시 들여다 보면 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의 내 삶, 생각, 사상이 들어있지만 오늘의 독자들은 골동품을 대하는 느낌이리라.
다행히 민병임씨의 칼럼집은 2000년대의 글들이라 무리없이 읽힌다.2000년대 뉴욕은 세계무역센터의 테러리스트 항공기 납치, 폭파로 시작한다. 바로 세계사의 시작이다.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폭파된 자리에 새로운 세계무역센터가 건축되었고 뉴욕은 여전히 세계의 경제수도로 움직이고 있다. 그 안에 한국인들이 살고 있고 그 안에 일상의 기쁨과 슬픔이 진행되고 있다.
내게도 뉴욕은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릿 저널, 뉴요커의 도시이며 내 아들이 살다 떠난 도시, 내 딸 아이가 아직 살고, 일하는 도시. 그 안에 한국일보가 있고 그 안에 민병임씨의 데스크가 있고 컴퓨터가 있고 거기서 칼럼들이 쓰여진다. 그 안에 “좀 더 다정하게”란 칼럼이 들어있다. 가신 오빠 이병기에 대한 회상, 좀 더 가깝게 살지 못한 오누이의 회한이 적혀있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오빠,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회한이다. 이병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했던 사람이라고 회상하는 윤동주 문학회원들을 그녀는 보고 싶어 왔을 것이다. 그만큼 민병임 씨도 따뜻한 사람일 것 이다.경북 의성 산골 출신의 이병기 마음을 그 누이동생에게서 느낀다.
4부의 칼럼은 문화적인 글들이다. 보스턴 교외의 핸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집을 방문하고 쓴 글, 밥 딜런(Bob Dylan) 의 노벨문학상 수상 유감, 구겐하임 미술관 이야기, 백남준, 빌리 할리데이 음악회,뉴욕 도서관에 전시된 저명한 시인, 작가들의 손으로 쓴 편지, 그들의 초판본 시집, 소설, 베토벤의 편지, 악보, 대서양을 처음 항해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생애, 그의 고향이 읽을 만하다.
칼럼집에서 한편을 뽑으라하면 나는 예일대학을 방문하면서 한국전쟁에서 산화한 그 대학 재학생, 졸업생 수가 200여명이라는 사실을 기록한 글이 될 것이다. 명문대 젊은이들이 나라가 부른다고 이름도 모르는 극동의 나라 전선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묘비에 이름만 남긴 슬픔,한국의 잘 사는 집 청년들은 군 복무를 이리저리 피해 나갔는데 미국의 명문대 학생들은 이름도 모르는 남의 나라에 가서 죽어간 전쟁, 그 한국전쟁이 있었던 나라에서 우리들은 왔다. 숙연해진다. 나는 아직 예일대학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래서 이 글은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주었다.민병임씨, 칼럼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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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홍 시인,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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