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세계적 지휘자, 천재적 작곡가, 열정적인 교육가,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는 명성과 함께 폭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여온 거장. 이는 모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을 묘사하는 수식어들이다. 올해는 그가 태어난 지 100년째가 되는 해로 번스타인 탄생 100주년 기념 콘서트들을 기대하는 열기가 뜨겁다.
지휘자로서의 번스타인
번스타인의 데뷔는 마치 영화처럼 이루어졌다. 1943년 25세 때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부 지휘자 목록에 올라있던 그는 연주 개막 직전 건강이 나빠진 객원 지휘자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의 대역으로 리허설도 없이 갑작스럽게 지휘대에 오르게 되었다. 번스타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대성공으로 끝난 이 연주가 CBS 방송을 통해 중계되면서 청년 번스타인은 스타로 급부상했다. 마침내 1957년 그는 뉴욕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가 되었고, 뉴욕 필하모닉의 전성기를 이끌게 된다.
당시 미국 일류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는 언제나 외국 출신이었기 때문에 번스타인이 뉴욕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뽑혔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미국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미국 태생의 상임지휘자를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는 특히 지휘대에서 춤을 추듯 움직이고 뛰어오르는 독특한 동작으로 유명하다.
번스타인은 1958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Young People’s Concerts)’라는 TV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는 음악회에서 관객에게 퀴즈를 내거나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하기도 했고, 설명을 하는 도중 피아노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간 번스타인 덕분에 뉴욕 필하모닉은 대중의 큰 관심과 사랑을 누리게 된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수도 몇 배로 늘어났다. 그가 클래식을 대중에게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청소년 음악회 자료는 당시 40개국에 판매되어 중요한 음악 교육 자료로 남았다. 한국에서는 EBS 방송을 통해 방영되기도 했다. 브람스 교향곡 제1번,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제5번은 그가 진행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자주 다루었던 레퍼토리이다.
번스타인은 지휘자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1949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1992)이 작곡한 튀랑갈릴라 교향곡(Turangalîla Symphonie)을 초연했다. 또한 1953년에는 미국인 최초로 유럽 3대 오페라 극장의 하나인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La Scala Theatre)에서 지휘를 하는 영예를 얻었다. 1979년에는 뉴욕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두 번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녹음, 두 번의 말러 교향곡 전곡 녹음이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번스타인의 말러 교향곡 전집은 고가로도 유명하지만 오늘날 최고의 음반으로 꼽힌다. 그는 현대음악의 대가였던 지휘자 미트로폴로스(Dimitri Mitropoulos, 1896~1960)의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고 전해진다. 번스타인이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던 말러(Mahler Gustav, 1860~1911)를 꺼내 그의 교향곡을 즐겨 연주하며 ‘말러의 부활’을 이끈 것도 미트로폴로스의 영향일 것이다.
번스타인은 교육자로서의 열정도 가지고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지휘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을 마스터 클래스(Masterclass, 유명 음악가의 공개레슨)를 통해 직접 가르쳤고, 1985년에는 유럽 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객원 지휘하며 세계 각지에서 순회공연을 가졌다. 또한 1973년에는 모교인 하버드 대학에서 있었던 강연을 묶어 책을 내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다방면에서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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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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