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없으면 죽은 것이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윤여정씨가 했던 말이다. 이 말이 보여주듯 인간에게 스트레스란 떼어놓을 수 없는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스트레스라는 숙명에 대한 대처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그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누군가는 샷을 잔뜩 추가한 쓰고 진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아주 달달한 초콜릿과 케이크로 자신을 위로하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맵거나 짠 자극적인 음식으로 답답한 속을 풀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바쁜 업무 끝에 마시는 술 한잔이 오늘 받은 스트레스에 대한 위로이며 또 다시 반복될 힘든 내일을 살게 해 주는 힘이다.
진한 커피 한 잔,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과 위로는 크다. 특히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 경우라면 말이다. 힘든 순간 이들은 나를 위한 선물이며 힘든 일을 잘 끝마친 나를 위한 보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이 지나쳐지면 말이 달라진다. 우리의 스트레스 대처 행동은 어느새 자신에게 해를 가하는 자해(self-harm)행동으로 악변되기 시작한다.
대학상담센터에서 일하던 시절 만났던 한 내담자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리 추운 날이라도 조깅을 한다고 했다. 참 건강한 학생이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한겨울 서너 시간 동안 죽도록 달리고 나니 인대가 끊어져 있었다는 학생의 말에 뭔가 잘못되었구나 생각했다. 이 학생은 생각이 복잡해지면 몸을 혹사 시킨다고 했다. 몸이 부서질 정도로 뛰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머리의 복잡함은 어느 새 사라지고 개운해지기 때문이라 했다. 신체적 고통을 가함으로 정신적 고통을 상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자해행동을 하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양하지만, 위의 대학생 내담자처럼 현재의 정신적 고통을 잊기 위해 신체적 해를 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이유의 하나이다.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서 견딜 수 없을 때, 다른 고통을 스스로에게 가함으로써 자신의 초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해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강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일 수 있고, 때로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스스로를 벌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이러한 자해 행위를 통해 자신은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일시적으로나마 벗어날 수 있으며, 몸에 난 상처는 행복을 느끼게 만드는 화학물질인 엔돌핀과 아드레날린을 방출하게 하기 때문에 자해 행동 후 행복감마저 느낄 수 있다.
자해라 하면 일반적으로 어떤 도구를 사용하여 자발적으로 몸에 상처를 입히는 행동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건강하게 살아온 나와는 거리가 먼 남의 일이라 생각해 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폭음이나 폭식, 또는 지나친 운동’등도 건강을 해치는 행위에 포함된다.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어려울 정도로 커피를 마신다거나, 매일 마시는 술이 내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술을 마신다. 이미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으면서도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면, 나 또한 내 몸에 자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주는 순간의 위로와 행복감 때문에 우리는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자석에 이끌리듯 또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느끼는 행복함 이면에 망가지고 있는 자신의 신체를 무시한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오늘도 나는 커피 한 잔의 위로가 필요한가? 업무 뒤 동료들과 함께하며 기울일 술 한 잔을 기다리고 있는가? 오늘 저녁 친구와 만나 매운 떡볶이에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로 했는가? 좋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오늘 적당히 나에게 위로가 될 정도까지만 해보길 권한다.
(703)76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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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카운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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