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는 지금 누가 오고 있을까. 흙먼지 자욱한 꽃샘 찬바람에 뜨락의 땅속에 숨어 있던 튤립의 꽃망울이 땅을 밀고나와 날개 짓을 하며 꿈틀거린다. 나른한 햇볕아래 꽃샘바람으로 선잠 깬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듯이 나뭇가지를 하늘로 솟구치며 치켜 올린다. 누가 내 말을 하는지 떠도는 소문처럼 차가운 봄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고,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턱없이 가슴 뛰는 기대로 입술이 트듯, 나의 마음은 튤립 꽃망울과 함께 부풀어 오른다.
지난주 해마다 이맘때면 나의 꽃밭에 심어진 수백의 튤립 꽃들이 만개하여 있을 터인데, 하루 온종일 내린 함박눈으로 나의 튤립 꽃들은 눈 속에 파묻혀 몸져눕고 말았다. 봄은 언제 올까. 오늘은 무슨 꽃피는 기별이 없을까. 온종일 궁금하다.
나는 예쁘고 화려한 꽃, 튤립 꽃이 필 때면 샹송을 듣는다. 화려한 튤립과 꿀처럼 달콤한 샹송은 너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유럽의 홀란드나 벨기에, 프랑스 파리의 몽블랑 언덕의 화원에 핀 수천, 수만의 각양각색의 튤립 꽃들을 상상해 본다. 여기에 프랑스의 샹송을 곁들인다면 그 아름다움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왜 샹송일까. 샹송은 프랑스인들의 독특한 미음과 발음할 때 입속에서 혀를 돌돌 굴리며 공명한 목소리가 합성되어 나오는 로맨틱한 노래여서다. 샹송의 역사를 통해 가장 유명한 샹송가수는 누구였을까. 프랑스의 샹송 역사는 세계 제2차 대전과 그 이후로 나누어진다. 대전 전 가수로는 ‘Padam, Padam’과 ‘La Vien Rose’를 부른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Emanuelle’을 부른 줄리엣 그레코와 ‘Autumn Leaves’를 부른 이브 몽땅 등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가수가 에디트 피아프 이다. 그녀는 가수로서 뿐만이 아니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의 적폐청산의 시작으로 독일 수뇌부가 강제로 초청하여 본의 아닌 독일 공연을 한 국민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피소되어 재판을 받고, 강제 공연이었음을 참작해서 무죄를 선고받는 고초를 당했으며, 그녀가 지극히 사랑했던 권투 선수였던 남편은 권투시합을 하기 위해 여객기를 타고 뉴욕으로 가던 중 대서양 상공에서 기체가 폭발하여 시신도 찾지 못한 채 남편과 사별을 했다. 참담한 마음으로 부른 그녀의 노래들은 아름다웠지만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이 담겨져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는 프랑스인들은 물론이고, 유럽인, 전 세계의 사람들의 가슴에 따뜻한 숨결을 남겨 주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누가 가장 유명한 가수였을까? 나는 주저 없이 라라 파비앙( Lara Fabian) 이라고 말하고 싶다. 1970년 벨기에 출생의 파비앙은 싱어송 라이터, 피아노와 키보드 연주가로서 다재다능한 뮤지션이었다. 18살 때 룩셈부르크의 유로비젼 송 컨테스트에 참가하여 그녀의 대표적인 샹송곡인 ‘Je t’aime’를 불러 대상을 받았다.
이후 영화배우같이 아름다운 외모와 2옥타브를 넘나드는 청아하고 서정적인 음색은 그녀의 노래를 듣는 이로 하여금 애절하고도 깊은 사랑의 심연으로 빠져들게 한다. 마치 국악의 ‘사랑가’에서 춘향이 이 도령을 그리며 피를 토하는 듯 애간장을 태우며 부르는 사랑의 노래와 비견될 수 있다. 나는 파비앙의 노래 Si tu m’aimes, Aime, Jeme souviens, Adagio 등을 자주 듣는다. 들을 때마다 질리지도 않고 그녀만의 고혹적인 매력이 나의 가슴 속을 파고 들어서이다. 이방인이 프랑스 태생의 샹송 가수들을 능가하는 독보적인 샹송 가수. 봄이 오는 길목에서 튤립 꽃이 피기를 기다리며 나는 파비앙의 샹송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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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그린벨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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