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늦게 내린 3월의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던 날, 메릴랜드 락빌에 있는 쉐디 그로브 병원의 한 병실에서 밤새 생사를 넘나들면서 고통스러워하던 나의 오빠가 다음날 아침 조용히 눈을 감고 이 세상과 작별했다. 비보를 접하자 나는 너무나 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으며 우리 온 식구가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실에 조용히 누워있는 오빠의 모습은 평화스럽고 마치 잠자는 듯했다. 오빠의 이마와 손을 잡아보니 아직도 체온이 남아 따뜻해서 “오빠! 눈을 떠보세요”라고 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동안 병원에서 남편을 지키던 올케가 서럽게 우는 것을 보니 너무나 가여웠다. 평생을 둘이서 사이좋게 살아가며 두 아들을 낳아 훌륭히 키웠고 손주들의 재롱을 보며 노년을 즐길 때가 되었는데 오빠가 떠났다.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아들네 집에 간다고 그토록 좋아하던 오빠의 얼굴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자랄 때 누이동생이 하나라고 무척 예뻐하며 내가 연주를 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일어나 내 드레스를 주름살 없이 다리미질을 해서 옷걸이에 걸어 놓고는 흐뭇해하던 사랑하는 오빠였다. 마치 어머니처럼 나를 돌봐주던 오빠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큰 충격이었다.
며칠 후, 장례식장에 들어서니 따뜻한 불빛이 비치는 조용한 방에 오빠가 잠자는 듯 누워있었다. 잠시 후 올갠의 음악소리가 은은히 울리면서 장례식이 시작되었는데 오빠가 생전에 원하던 대로 가족장으로, 가족들만 모여 조촐하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분위기에서 오빠를 떠나보냈다. 늘 음악을 좋아하던 오빠이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으로 환송했다. 학창시절에 가장 친하던 친구가 하늘나라를 향해가는 친구이며 처남인 오빠를 위해 찬송가 610장 “고생과 수고가 다 지난 후 광명한 천국에 편히 쉴 때, 주님을 모시고 나 살리니 영원히 빛나는 영광일세.” 특별 찬송을 부를 때는 온 가족들의 마음을 울렸다.
오빠를 떠나보내며 마음이 아주 착잡하고 ‘이것이 인생인가’ 다시금 지난 일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한동안 밤잠을 설쳤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종착역을 향해 쉴새 없이 달려간다. 세상에 살 때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고 선량하게 또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겠다고 느낀다. 마지막 순간이 온 후에야 후회한들 떠나간 상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살아 있을 때 부부가 서로를 아끼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다. 가족과 친구, 주변사람들을 사랑하고 소중함을 자각할 때 우리의 삶이 빛나고 마지막 순간이 올 때, 참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며 마음의 평안을 갖게 되리라.
<박혜자 포토맥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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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인생의 가장큰 질문은 어떻게 해야 후회없는 삶을 살수있을까입니다..
갈때 후회가 적을수록 행복한 삶을 산사람이에요.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