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기다렸더니 봄이 왔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의 축복이다. 들엔 벌써 오련한 연초록 새싹들이 유치원 어린이들의 이름표 같이 쏙쏙 솟아오른다. 어제는 글동무 ‘찬들’ ‘한울’과 세븐코너에 있는 중국식 뷔페에서 점심을 먹고 인근 펄스처치에 있는 고풍이 만일한 찬들의 집에 가서 100년 전 골동품 영국제 다기에 차를 마시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집 응접실 대형 유리창으로 내다보는 뒤뜰 풍경도 그렇게 아름답고 정겨울 수 없었다. 옹기종기 새집으로 매달아 놓은 모이통에 진박새, 휘파람새, 직박구리, 방울새, 이름 모를 예쁜 새들이 날아와 작은 부리로 모이를 조는 모습이 평화스러웠다. 정말 이들이 서로 간섭하지 않고 자기의 소망을 이루는 모습이 지혜롭고 부러웠다.
며칠 전 한국일보에 풍자시 ‘새 아리랑’을 실었다. 현 문재인 정부의 남북정책을 바로 직설하지 않고 은유로 비판한 글이었다. 이 글이 실린 뒤 몇 군데서 찬사의 전화가 왔다. 심지어 부산에 있는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전자메일로 동의의 글을 보내왔다.
대한민국 현행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70년 전 대한민국을 침공하고 또 간간이 불법 기습으로 천안함을 침몰시키며 연평도를 포격하여 많은 생명을 앗아간 북한의 만행에 이무런 조치 없이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하여는 알바 없다고 했다.
우리는 70년 동안 자나 깨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외쳤다. 수구초심 죽어서 고향 땅에 묻히기로 갈망하다가 서럽게 죽어간 인생이 얼마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전쟁만 없으면 통일도 필요 없고 서로 간섭하지 말고 평화롭게 서로 번영하자는 뜻이며 이를 위해서 또 김정은이 요구하는 대로 퍼 주려는 게 아닌가. 정말 이제는 전쟁만 없으면 참다운 남북통일은 필요 없는 것인가? 1국 두 나라체제인 고려연방제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
4월 7일 토요일 아침 한국일보 오피니언 란에 메릴랜드 락빌에 사는 이동원님의 “부끄러움 없는 시인의 길”을 읽고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내 시를 읽다가 찻잔이 떨렸다고 했다.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간다. 나도 이분의 글을 지상을 통해서 자주 본다. 퍽 글재주가 있고 남이 잘 쓰지 않는 어려운 한문을 쓰며 유식을 드러내면서 보수주의에서 발을 씻은 것 같은 인상을 받아 왔는데 역시 변별(辨別), 시(屎), 난화지물(難化之物)등의 어려운 말로 내가 쓴 ‘새 아리랑’을 비하하여 혹평했다. 보수주의 사람 중에 ‘새 아리랑’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없다. 이동원님의 혹평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것은 이동원님의 사상이니까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나는 요즘 ‘이제 만나려 갑니다’ 는 TV프로를 자주 시청한다. 거기에 북한의 인권을 찾아 볼 수 없다. 정말 금수보다 못한 김정은 체제와 서로 간섭 말고 번영하자는 취지가 천만 이산가족과 통일을 위하고 자유를 위해 죽은 영혼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오지 탄광, 요덕 정치범수용소에 70년 동안 봄은 없었다.
나도 고향이 북한 땅 함경도다. 통일이 빨리되어 죽기 전에 고향에 가고 싶다. 결론으로 나는 내 글 ‘새 아리랑’에 눈꼽만큼이나 아니 한국의 미세먼지 만큼의 부끄러움이 없음을 이동원님께 전해드리면서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하는 말이 변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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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전시사관학교 워싱턴전우회장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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