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에서 흰 가운을 입은 전문상담사들이 대상에게 그림을 그리게 해놓고서 그린 그림을 보고 심리를 해석하는 신기한 장면이 종종 보인다. 매스컴으로 미술치료를 접한 대중은 미술치료가 그림으로 심리를 해석하고 치료한다고 받아들인다. 마치 점술가들이 사용하는 카드나 구슬과 같은 마음을 읽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간혹 미술치료사들에게 그림을 그려놓고 “내 마음을 말해줘요, 난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라고 많이 묻곤 한다. 난 이런 상황에 놓일 때 그들에게 “내가 빙의가 되어 알아볼 수도 없고 이런.. 어쩌나 난 점쟁이가 아닌걸요.”라고 웃으며 넘기곤 했다. 타인의 심리를 그림으로서 꿰뚫어 보면서 그들에게 말해주는 치료사는 상담치료를 할 게 아니라 점집을 차려야지 않을까?
매스컴에서 짧은 단막으로 비쳐진 미술치료가 다가 아니고 매스컴은 가장 빠르게 보여질 수 있는 장면만을 대중에게 보여줬을 뿐이지 그게 미술치료라고 볼 수는 없다.
나는 지금껏 만나온 학생들과 내담자들에게 강조하며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말해왔다. “미술치료를 점을 보듯 마술의 치료행위로 판단하면 안됩니다. 미술치료는 상담에서 모호한 내면표출과정을 시각화하는 중간 매개로서 사용되지 그 자체를 남이 함부로 해석하고 판단하는 건 마음을 그린 사람을 무시하는 행위고 위험한 방향으로 잘못 흘러갈 수 있습니다.”
미술치료는 무엇인가? 미술치료는 다양한 미술작업을 통하여 개인의 복잡한 정서적 갈등과 심리적 증상을 완화시키고 타인과 더불어 원만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치료의 방법이라고 요약 할 수 있다.
여기서 미술 작업을 활용한 심리의 치료가 가능한 것은 미술을 통한 창작이 인간의 내면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세계를, 인간의 외면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 즉, 현실을 작품이라는 구체적인 외형으로 표현하게 한다는 내외적 표현의 특성으로서 안전하게 심리치료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상담에서는 언어의 소통을 중심으로서 치료가 이뤄지는데 실타래처럼 꼬이고 복잡한 내면의 심리를 비단 언어 한가지만으로 표출하기에는 여러 어려움과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그 한계의 확장과 계속 변하고 잊어버리는 언어부분을 담아내는 그림이라는 시각화와 고착된 표현이 상담에 있어 큰 도움을 준다.
미술이란 것은 과거 언어가 없던 고대 원시시대에 언어 대신 표현의 도구로 사용되어진 시각언어이다. 언어를 대신하는 미술활동은 알타미라(Altamira)나 라스코(Lascaux)와 같은 고대 인류의 동굴 벽화로부터 현대에까지 이르렀다.
미술은 인간사회에서 언어로 생활화되어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증거로서 이제는 심리치료의 도구로서 활용되어지고 있다. 미술활동이 치료적 측면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정신과 전문의들과 예술인들이 아동과 정신질환자의 그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 트라우마를 겪는 군인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도움으로서 사용되면서 확장되었다.
많은 정신과 의사들이 환자그림과 증상과의 관련을 성과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그에 대해 심리적인 토대를 연구하고 형태적 특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프로이드(Sigmund Freud)는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연구하여 그들의 대단한 작품들에는 과거 유아기 경험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대 원시인들에게는 삶 그 자체를 표현하는 언어로서 그리고 몸과 마음이 지치고 아픈 이들에게 치유의 백신으로 이제는 미술이 확장되어지고 있다.
yun847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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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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