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봉희의‘클래식 톡톡(Classic Talk Talk)’
1957년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이루어냈던 또 다른 업적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West Side Story)’를 탄생시킨 것이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를 토대로 한 이 작품은 1961년 뮤지컬영화로도 각색되었다. 미국 뮤지컬 역사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뜨거운 호응을 받았으며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0개 부문을 석권했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는 재즈와 팝 등 미국의 대중음악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했던 번스타인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또한 번스타인은 교향곡, 오페라, 발레, 합창곡 등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는 1944년 1월, 피츠버그에서 ‘예레미아 교향곡(Jeremiah Symphony)’을 초연했고, 같은 해 4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Metropolitan Opera House)에서 발레 ‘팬시 프리(Fancy Free)’를, 12월에는 뉴욕 아델피 극장(Adelphi Theatre)에서 뮤지컬 ‘온 더 타운(On the Town)’을 초연했다. 작곡가로서도 확고한 입지를 다진 과정이었다. 하지만 지명도나 음악적 완성도면에서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넘어선다고 평가되는 작품은 없다.
번스타인은 클래식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해석해낸 음악가였다. 그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과 함께 연주하고, 재즈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 데이브 브루벡(Dave Brubeck, 1920~2012)의 곡을 지휘하기도 했다. 반대로 브루벡이 이끄는 콰르텟(Dave Brubeck Quartet)이 번스타인의 작품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렇게 번스타인은 누구도 소화하기 힘든 방대한 레퍼토리를 가진 지휘자였다.
이런 만능 음악가에게 라이벌을 꼽는다면 베를린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 정도를 들 수 있다. 카라얀도 번스타인처럼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가진 지휘자였다. 그러나 두 지휘자의 스타일은 매우 대조적이었다. 그들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번스타인이 유머 감각을 가진 미국적 지휘자였다면 카라얀은 유럽을 대표하는 권위적인 스타일의 묵직한 지휘자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카라얀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번스타인은 “내가 조금 더 젊고, 키도 조금 더 크다”라고 재치 있게 답변하기도 했다.
1989년 12월, 번스타인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기념해 독일 베를린에서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지휘했다. 이는 유럽 각지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여 연주한 기념비적 공연으로 남았으며 약 20개국의 나라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1990년, 탱글우드(Tanglewood)에서 자신의 음악적 후원자였던 선배 지휘자 쿠세비츠키(Serge Koussevitzky, 1874~1951)를 추모하는 음악회를 마지막으로 지휘봉을 놓았다. 지휘봉을 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연주를 마지막으로 번스타인은 세상을 떠난다. 71세라는 조금 아쉬운 나이었지만 우리는 지금도 그를 마음에 새기며 기념하고 있다. 번스타인의 유해는 뉴욕 브루클린의 그린우드 공동묘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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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희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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