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원내 사진)의 화두는 집이다. 집은 인생에 대한 메타포다. 그가 자란 집은 늘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자신이 살았던 고국의 집과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집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다가 공간이동의 형태를 천으로 만들어냈다. 그의 이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이렇듯 부드러운 은조사로 집을 재현한 작품을 발표하고 부터다. 창덕궁의 연경당을 본 따서 지은 한옥에서 살았던 그에게 집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정서적 원천이었다. 한옥과 관련된 한국의 전통 문화는 집의 외형과 함께 그의 미감에 각인되었던 것이다. 그가 유학 초기에 느낀 서울과 미국의 물리적인 거리와 공간의 변화로 인한 낯선 감각은 ‘공간의 이동과 전치(displacement)’의 개념으로 작품화 되었다. 그는 자신의 아파트 공간을 측정하여 정교하게 천으로 만들어 각자에게 친숙한 공간, 어디든 들고 다닐 수 있는 이동 가능한 공간으로서의 집을 선보였다.
번 전시에서도 어린 시절 살던 한국의 집, 유학시절 지낸 로드아일랜드의 집, 베를린에서 살던 집에 스튜디오를 연결 제작한 설치작
를 비롯 대형 스케일의 2차원적 드로잉으로 압축한 작품과 반투명 모형 시리즈인 <견본>을 선보인다.
그가 말한다. 사는 공간이 바뀌어도 살았던 공간에 대한 기억이 거미줄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고. 그는 달팽이가 집을 이고 가는 것처럼 그 기억을 안고 인생이란 끝없는 여정에 나타날 또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작품에 따라 각각 다른 스튜디오에서 이루어진다. 고도의 손재주를 요하는 천 작업이나 모형은 서울에서, 첨단 기술을 이용한 큰 스케일의 작업은 미국의 전문회사들과 같이, 구상과 드로잉은 주로 런던에서 한다.
서도호(1962-)는 서울대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후, RISD와 예일대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독창적이며 흥미로운 개념의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을 통해 명성을 쌓았다.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2010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 전에 참여했고, 2013년 월스트리트 저널의 올해의 혁신가상, 2017년 호암예술상을 수상했다.
2012년 삼성 리움 미술관이 개관 이래 처음 국내 생존 작가의 전시를 그의 ‘집’으로 열었다. 제목은 <집 속의 집>이었으며 총 10만여 명이 관람했다. 이 집은 3명이 10년 동안 작업한 것이다. 재봉틀 작업이 40%, 손바느질이 60% 정도 되는 엄청난 프로젝트다. 그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가가 되기까지는 이렇듯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그는 이제 한국 미술계에 큰 영향력 있는 인물이요 뉴욕의 리먼 머핀갤러리 전속 작가로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물급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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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가면서 불가항력적인 문화의 충돌에 직면한다. 앞으로 그런 문화적 혼합관계는 예측 불허의 방향으로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그 변화는 어차피 각자에게 익숙하게 맞춰진다. 그는 <집 속의 집>이라는 작품에서 보듯이 서양식 집에 한옥이 어색함 없이 자리 잡으며 새로운 형식의 문화를 탄생시켰다. 그러기에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는 삶에 그의 삶이 녹아든 작품에 관객의 마음은 동요되고 흡입된다. 이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새라 뉴먼이 평한다. “서 작가는 작품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한 전시는 서도호의 작품을 미국인들에게 확실히 인식 시켜주는 기회가 되었다. 예술을 사랑하는 가정환경과 높은 안목으로 모아둔 미술품들을 보며 아름다운 한옥에서 자라게 해준 부모에게 감사한다는 서도호, 그는 한국이 낳은 또 하나의 스타가 되었다.
<도정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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