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4월은 미국에서 사는 관계로 세금보고의 달이자, 세계은행에서 일하는 관계로 연례총회의 달이다. 올해는 세금보고 기한일에 미국 국세청의 전산 장애로 보고기한이 하루 연장되어 4월 18일이 마감일이 되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봄 연례총회의 다양한 모임들이 진행되었는데, 그 중 ‘빈곤퇴치를 위한 부정부패 방지 (Anti-corruption to end poverty)’ 포럼에서 세금보고가 언급되었다. 부정부패 방지를 위해선 부정부패를 탐지할 수 있는 제도와 건강한 저널리즘과 함께 시민의식과 참여가 매우 중요한데 세금보고 기피는 시민의식의 결정적인 결여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전 대통령 및 친인척, 심지어 친구까지 모두 부정부패에 연루되었고, 그중 두 전직 대통령이 동시에 부정부패 관련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부정부패는 너무나 익숙한 일이다. 하지만, 부정부패는 대통령과 정치인들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심지어 학교 교사 자리를 얻기 위해서 학교에 나무를 심는 등의 명목으로 물질적 대가를 요구하고 치르는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도덕성의 결여는 한국인 개개인의 삶에 일상적으로 파고들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행동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면, 환치기를 한다든지 세금보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일을 당연시하며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주에서 소규모 비즈니스를 하는 친구가 있다. 종업원을 수 십 명 데리고 일을 하며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내게 하소연을 하는 그 친구는,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은 안 그러는데 꼭 외국인 노동자는 일당을 현금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그중에서도 다른 이들은 설득하면 알아 듣고 세금보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지만 한국인들은 끝까지 현금을 고집하고 동의하지 않으면 현금을 주는 다른 곳으로 떠난다고 했다. 주변에 비즈니스를 해 잘 살면서도 세금보고는 하지 않아 메디케이드 혜택을 받거나 아이들 식비를 아낀다고 극빈자를 위한 급식을 타 먹는 이들의 이야기도 한국인들에겐 낯설지 않다.
한인을 상대로 하는 회계사나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돈을 위해 편법이나 심지어 위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고 요구하는 고객들에 질려 사무실을 접은 친구들도 있다. 4월19일은 4.19 시민혁명 58주년인 날이다. 부정선거와 부패에 맞서 어린 학생들의 시위에서 시작된 혁명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수많은 학생의 시위는 반복되었지만, 개개인의 일상의 삶에 연결되지 못한 채 한국인의 만연한 도덕성 상실과 시민의식 결여는 습관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한 습관적인 일상의 모습은 4년 전 4월 16일 세월호 사건으로 총체적으로 드러났다. 뇌물로 연계되어 필요한 안전규칙 법규를 지키지 않아도 눈감아 온 관리들, 책임의식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선장, 책임 전가와 사태를 감추기에 급급한 권력자….
한국인에게 4월은 결코 잊혀서는 안 될 잔인한 달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책임을 충분히 다하였는지, 세금보고를 거짓 없이 다했는지, 하늘을 우러러 진정 부끄러움 없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우리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정직함과 시민의식을 삶의 습관으로 드러낼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 부정부패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
송윤정 맥클린,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지금정권 다음정권 부정부페는 확실이잡아야
정치보복 이란마하는데 자꾸 들처네야 앞으로 부정 부페가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