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김모씨 부부는 매일 오후 6시 퇴근하고 난 뒤 짧게 1시간 가량의 식사와 휴식을 마치고 각자 두번째 일터로 떠난다. 남편은 올 들어 차량공유서비스 리프트(lyft) 운전을 시작했고, 부인은 집에서 두 자녀를 돌보며 웹 디자인 아르바이트를 한다.

김씨는 “운전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정에 가까워지는데 온가족을 ‘저녁이 없는 삶’으로 내몬 이유는 올라도 너무 많이 오른 아파트 렌트비”라고 지적했다.

LA의 렌트비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인 세입자들이 렌트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투잡’ ‘쓰리잡’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랜드로드 입장에서는 쾌재를 부를 일일지 모르지만 과유불급, LA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알리는 경고등이 하나둘 켜지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지난달 ‘2018년 렌트 세입자에게 최악의 도시’ 순위를 발표하며 LA를 1위에 올렸다.

지난해 4분기 아파트 평균 렌트비를 비롯해 렌트비 상승률과 아파트 공실률, 가계 소득 중간값에서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중, 최근 5년간 인구 및 일자리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였다.

LA의 렌트비는 2,172달러로 2위 샌프란시스코의 3,288달러, 3위 맨해턴의 3,493달러보다 낮았지만 가계 소득에서 렌트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샌프란시스코의 35%보다 높았고 지난해 1년간 렌트비 상승률도 5.7%로 맨해턴의 0.4%보다 가팔랐다.

포브스는 “렌트비 수준은 2~3위 도시들보다 낮았지만 LA는 오름폭이 컸고 무엇보다 세입자들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부담이 컸다”며 “렌트비 상승폭을 따라잡기 힘든 저소득 일자리 위주로 채용 시장이 성장한 점도 LA가 최악의 도시에 꼽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지난해 4분기 렌트비는 전년동기대비 소폭 하락했던 것인데 올해 들어서 다시 오름새로 돌아섰다. 실제 ‘아파트먼트 리스트’(Apartment List)에 따르면 올 1분기 LA의 2베드룸 평균 렌트비는 1년 동안 2.1% 올라 1,740달러를 기록했다.

조사를 담당한 크리스 샐비아티 이코노미스트는 “LA는 캘리포니아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렌트비 상승폭이 가장 큰 도시”라며 “렌트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려 공실률이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랜드로드들이 마음껏 렌트비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로 일하고 있는 싱글맘 이모씨도 분통을 터뜨렸다. 10여년 전까지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투잡을 뛰었다는 그녀는 아이들이 독립해서 떠난 지금도 여전히 두곳의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투잡의 이유는 오직 렌트비가 너무 올랐기 때문”이라며 “언니랑 둘이 살면서 렌트비를 나눠 내고 씀씀이를 최대한 줄여서 생활하는데도 평생 투잡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LA를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싱크탱크인 ‘넥스트 10’과 ‘비콘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006년과 비교한 2016년 기준으로 가주를 떠난 인구가 들어온 인구보다 100만명 이상 많았다.

다만 가주 전체적으로 인규 유출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고소득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북가주의 베이 지역은 2014년 이후 꾸준이 인구가 늘었고, 저임금 일자리 위주로 편식 성장한 남가주는 순유출 인구가 많았다.

연구소 측은 “LA를 떠난 인구의 대부분은 연소득 3만달러 미만의 저소득층으로 집값과 렌트비를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로컬 정부 및 주정부도 의견을 함께 하는 부분은 주거비 부담 완화와 함께 연봉 5만~10만달러 선의 일자리가 늘어야 LA의 경제성장이 지속될 것이란 점”이라고 경고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