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 10일 플로리다주의 한 마케팅 업체 대표에 대한 1억2,000만달러의 벌금부과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2016년 약 3개월간 9,700만건의 마케팅 전화를 발신한 혐의에 대한 결정으로 역대 최대 벌금액으로 기록됐다.

스팸 전화의 폐해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엄격한 단속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한달간 미국내에서 발신된 스팸 전화는 33억6,000만건으로 초당 1,300건에 육박할 정도로 심각하다.

툭하면 외국, 타주, 심지어는 수신인이 거주하는 동네의 지역번호가 찍혀서 걸려오는 스팸 전화 때문에 한인을 비롯한 많은 미국인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증가 속도도 빨라 스팸전화 추적 업체인 ‘유메일’(YouMail)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적으로 27억8,000만건이었던 것이 불과 4개월 만에 20% 이상 늘었다.

플로리다의 마케팅 업체가 사용한 방법은 무작위로 전화를 발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한 것으로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거는 것이 아닌 관계로 ‘로보콜’(RoboCall)로 불린다.
지난해 8월 적발된 이 업체는 여행정보 제공업체나 호텔 등으로 보이도록 소비자를 속였고 엄청난 발신 규모 탓에 그동안 의회 청문회가 열릴 정도로 큰 관심을 끌었다.

FCC의 아지트 파이 위원장은 “이번 벌금 부과 최종 결정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고 강력하다”며 “현행법을 위반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스팸 전화, 로보콜은 반드시 처벌 받는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단속 의지를 밝힌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스팸 전화가 줄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은 투자 대비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텔레 마케팅 전화 중 일부는 합법적인 것들도 있다. 다가오는 약속이나 만기일을 알려주기도 하고, 처방전이 완성됐다고 통보해 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은 스팸 전화로 그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나 연구는 없다. 다만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지난해 접수된 텔레마케팅 불만 건수가 710만건이고 그중 450만건이 로보콜인 점, 이런 규모가 2015년과 비교해 불과 2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스팸 전화의 효과를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발신인의 전화번호 10자리 중 앞 6자리를 수신인의 번호와 동일하게 발신하는 소위 ‘네이버 스캠’(neighbor scam)이 기승이다. 과거에는 해외나 타주에서 걸려오는 전화번호가 떴지만 이제는 로컬 지역번호가 뜨도록 조작해 경계심을 풀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 정부의 근절 노력에도 불구하고 발본색원이 안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로보콜을 양산할 수 있는 수단이 도처에 널렸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구글링만 해도 원하는 사람이면 아무나 가져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open-source) 소프트웨어가 넘쳐나고 큰 마케팅 효과가 있다며 수백만건의 전화 발신이 가능하다는 업체들의 광고로 도배돼 있다.

<류정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