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한국에 하루 들를 수 있었다. 양가의 부모님을 찾아뵙기 위해 잠시 머무는 것이지만 5월에 고국을 방문한다니 설레었다. 내 기억 속 한국의 5월은 각양각색의 꽃이 만발하고 파란 하늘에 기분 좋은 미풍이 살갗을 스치는 봄이다. 99년에 한국을 떠난 후로 그런 5월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휴가로 올 때는 아이들 방학에 맞춰야 했고, 몇 번 동남아 출장길에 잠시 들를 때도 항상 한겨울이거나 한여름이었었다. 특히 무더운 나라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어서 고국의 화창한 봄날은 더욱 반가울 터였다.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온통 잿빛 하늘에 거센 비가 내리치고 있었다. 이렇게 춥고 비바람이 거센 5월의 봄날을 전혀 예상치 못해 두꺼운 옷을 챙기지 않은 터라, 얇은 옷을 겹겹이 입고도 오돌오돌 떨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었다. 택시를 잡는 것도 카카오택시가 도입되어 현지에 살지 않는 나와 같은 방문자에겐 더욱 힘들게 되었다.

한국에선 우버(Uber)를 허용하지 않아 현지 휴대번호가 없는 방문자가 기술혁신에 따른 교통편의를 사용할 수 없다. 카카오택시의 도입으로 기존의 콜택시는 사라지고 거리에서 지나치는 빈 차도 모두 제각각 카카오로 주문받은 곳으로 갈 바를 정해놓고 가느라 거리에 서서 택시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렵게 되었다.

캄보디아에서 거리에 나서면 툭툭(Tuk Tuk)이 늘어서 있고, 혹은 그랩(Grab)과 같은 앱으로 방문자도 쉽게 앱을 이용해 원하는 대로 택시나 툭툭 등의 교통편을 이용하다가 내 고국에 와서 불편한 교통편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국의 정책 결정이나 기술혁신이 동남아 국가에도 뒤지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이, 화창한 5월의 봄날을 기대했지만 거센 비바람을 맞이한 것보다 더 아프게 다가왔다. 전 세계 어느 대도시든 우버를 이용해 편리하게 이동하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는데, 한국의 대도시에선 우버를 원천 봉쇄했다. 그것도 동남아의 그랩처럼 보다 나은 경쟁기술로 밀어낸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으로 봉쇄시킨 것이다.

정책으로 경쟁을 막는 것은 특정 집단을 보호하는 반면 대다수 소비자는 희생당하게 된다. 외국 자본의 우버를 허용하는 대신 국내 기술의 카카오택시가 나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경쟁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기술경쟁을 했다면 현재 카카오택시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앱이 독점하는 시장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정책 결정이 빚어낸 사각지대는 단지 나와 같은 방문객, 나아가 관광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기술혁신에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식 셋이 모두 외국에서 사는 내 부모님의 경우 기술혁신을 쉽게 따라가지 못하시는데, 예전에는 콜택시를 이용했는데 이젠 카카오택시를 이용하지 못해 택시 잡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동남아의 그랩처럼 경쟁을 통해 기술혁신을 할 경우 현재 나와 있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내고, 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족하지 못하는 그룹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어 다양성을 통해 전반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이룰 수 있다. 참다운 경쟁을 통한 결정보다 정책 결정을 통해 이루어진 현상엔, 최선을 끌어내지 못하고 사각지대를 만들어낸다.

한국을 떠나오는 다음 날에도, 비는 그쳤지만 잿빛으로 자욱했다. 고국의 화창한 5월의 봄날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원하며 멀어져가는 고국을 바라본다.

<송윤정 맥클린,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