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6자회담,달라이 라마,콜린 파월 등 통역한 A급
▶ “통역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나의 스승”... “공공기관서 당당히 통역 요청해야 한인 존재감 높일 수 있어”
지난달 30일 오클랜드 시장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순차통역으로 행사 진행을 순조롭게 해준 이는 바로 노재경(사진, 영어명 재키) 동시통역사이다.
32년 통번역 경력의 베테랑인 노씨의 순발력, 전달력, 공감력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1980년 예일여고 3년 재학중 가족과 이민온 노씨는 UC버클리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후 1986년 번역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통번역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트랜스코리안 서비스(Transkorean Service)’라는 통번역 전문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A급 통역을 해내고 있다.
2009년에는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 통역 석사학위(MACI, Master of Arts in Conference Interpretation)를 취득했다.
몬트레이 통번역대학원 역사상 최고연장자로 졸업했다. 그리고 몇년전 친구로만 지냈던 사람과 결혼한 노씨는 미국인 남편이 김치, 해물파전, 잡채 등 한식을 해주고 자신의 일을 배려해줄 때마다 행복하다면서 ‘진작 결혼할걸 그랬다’고 은근 남편 자랑을 늘어놓기도 했다.
![[인터뷰] 32년 경력 베테랑 노재경 동시통역사 [인터뷰] 32년 경력 베테랑 노재경 동시통역사](http://image.koreatimes.com/article/2018/07/12/201807121825025b2.gif)
2005년에 베이징에서 개최됐던 제4차 6자회담 후 노재경(둘째줄 왼쪽 4번째)씨가 미 대표단과 함께한 모습. 성 김 대사(앞줄 왼쪽), 빅터 차(앞줄 왼쪽 두번째) 조지타운대 교수의 모습도 보인다.
▶타운홀 미팅의 통역을 맡은 계기는
한인커뮤니티에서 현 시장과 타운홀 미팅을 갖는 것이 처음 있는 일이라 시정부의 요청을 받자마자 선뜻 맡았다. 한인커뮤니티에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가장 기억에 남는 통역은
수없이 많다. 애틀란타 올림픽 기자회견(1996년), 루이지애나주 3중 살인사건의 배심원 평결(1989년), 평양에서 열린 6자 실무회담(2002년), 베이징 6자 회담(2005년), 픽사 제작 ‘인크레더블(The Incredibles)’의 브래드 버드 감독(2005년), 콜린 파월 전 미국무장관(2006년), 달라이 라마와 데즈먼트 투투 대주교 대화(2009년) 통역 등이 기억에 남는다. 또 내가 만난 사람 중에 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고, 적확(的確)하게 구사한 분은 이창동 영화감독이었다. 소설가다운 표현력에 감탄했다.
▶언어장벽으로 고생하는 이민자들이 카운티나 정부, 의료나 법정 통역서비스를 이용할 때 알아둘 점은
통역사는 언어장벽으로 고생하는 이민자들이 언어장벽 없는 사람들과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돕는 사람이다. 공인법정통역사는 원어에 없는 내용을 추가, 누락, 변경해서는 안되며, 공정성과 중립성, 비밀 유지를 해야 한다. 법정통역사는 변호사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법적 조언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변호사나 판사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내용이 있다면 통역하는 중에 통역사에게 말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통역 전에 도움이 될 만한 배경 설명은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다.
공공기관을 이용할 때 통역 요청은 당당한 권리이다.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 한인커뮤니티의 존재감도 키울 수 있다.
▶통역료를 대략 밝힌다면
통역료는 통역사별로, 또 언어별로 큰 차이가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공인법정통역사(주정부 통역시험 합격자)에게 반나절(오전 또는 오후)에 156.56달러, 하루 282.23달러를 지급한다. 연방법원은 공인법정통역사에게 반나절 226달러, 하루 418달러를 지급한다. 미국무부는 회의 통역사(제일 높은 수준의 통역사)에게 하루 721달러를 준다.
민간 부분의 통역료는 통역사와 통번역 회사 및 로펌을 포함한 기업의 협상으로 체결돼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40달러-175달러 수준이다.
현재 북가주에는 주정부 법정통역시험에 합격한 공인법정통역사가 2명밖에 없다. 공인법정통역사의 수를 더 늘려야 한다.
▶통역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이중언어 능력, 언어에 대한 열정, 민첩성과 순발력, 두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지적 호기심이다. 또한 겸손한 자세, 초심자의 마음, 언제나 배우는 자세,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열린 사고, 모든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 등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고 이해가 쉬운 통역이 제일 잘하는 통역이다. 어휘 선택, 문장구조, 표현 등이 완벽해서 전혀 통역 냄새가 나지 않는 통역이 최고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30여년간 통역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나의 스승이었다. 그들이 사회의 경종을 울렸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주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모아 이중언어로 책을 펴내 나에게 귀중한 통역의 기회를 제공해준 모든 분들에게 선물로 전하고 싶다. 내 일을 최고의 직업이자 천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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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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