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갱년기 호르몬 변화·빈둥지 증후군…
▶ 여성 정신과 상담·치료, 남성 환자의 2배
# 페어팩스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54)씨는 지난해 막내아들이 서부에 위치한 대학에 진학한 후 우울증이 생겨 최근 상담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김씨는 “남편은 업무와 저녁 약속이 많아 매일 늦게 들어오고 갈수록 대화시간이 줄다 보니 아이들이 대학에 간 후 내 스스로의 삶이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다”며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매일 저녁 술을 마시다보니 알콜 중독 수준까지 와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상담치료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 메릴랜드에 거주하는 40대 후반의 박 모씨는 최근 갱년기가 시작돼 밤이면 잠을 못잔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거리고 땀이 비오듯 하다가 오한이 오기도 하는 등 육체적인 변화 외에 정신적으로도 무척 힘들다. 갑자기 눈물이 나며 삶에 의욕이 없고 신경질적이 되면서 남편과 싸움이 잦아 우울하다.
이처럼 한인 여성들의 불안증과 우울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적으로 한국인들의 우울증 발병이 남성보다 여성이 2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주 한인사회의 경우 이민사회의 특수성까지 더해져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내 여성 우울증 환자는 45만 명으로 남성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또 우울증은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어 노인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대비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지역에서도 남성에 비해 우울증 치료를 받은 여자 환자수가 남성 대비 2배정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이사장 신신자) 발표 통계(2017.9~2018.4)에 따르면 지난 8개월간 불안증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상담을 받은 케이스는 총 102건으로 이 중 여성 환자가 남성의 두 배 정도로 집계됐다.
상담소의 ‘멘탈 헬스 클리닉’을 맡고 있는 한수웅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상담 케이스 중 절반은 우울증이었으며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의 경우 부부갈등 및 가족 내 갈등으로 인한 심리적 어려움이 큰 것으로 타나났다”고 말했다.
볼티모어에서 진료를 하고 있는 김면기 박사 등 정신과 전문의들은 유독 남성들에 비해 여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 이유로 육아와 출산, 호르몬 변화 등과 중년 여성들의 ‘빈둥지 증후군’으로 인한 우울증 등을 이유로 들었다.
김 박사는 “여성은 출산, 폐경 등으로 인해 호르몬 변화가 커질 때 감정의 동요를 경험한다. 특히 중년기 여성들이 폐경 전후에 겪게 되는 갱년기 호르몬 변화가 우울증과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 그는 “육아·가사·직장생활의 병행, 시부모와의 갈등, 남성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한 스트레스도 여성 우울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남성들은 음주나 골프 등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으나 여성의 경우 가족 의존도가 커 우울증 환자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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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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