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주가지수, 카슈끄지 실종 이후 9%나 하락…외교·경제에 충격
사우디아라비아가 유력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살해 의혹 사건의 여파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카슈끄지가 살해됐고 그 배후에는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어디까지 갈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
특히 국제적 압박과 비난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제적 측면에서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든든한' 우방인 미국에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카슈끄지의 실종 및 피살 의혹과 관련해 사우디에 고강도 제재를 주문하는 미 의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의 마르코 루비오(공화), 제프 플레이크(공화)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의회가 신속하고 강경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사우디에 대한 군사무기 판매 중단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루비오 의원은 미국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침묵을 지킨다면 미국은 인권 보루로서 신뢰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미 CBS방송의 시사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그것(사우디 배후설)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매우 화가 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가혹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크 의원은 사우디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미 의회가 예멘내전에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 주도의 동맹군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를 명확하게 삭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현재 걸프연안 국가들을 이끌고 예멘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후티 반군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은 이들의 공습 작전을 위해 무기, 정보, 물류를 지원하고 있다.
플레이크 의원은 "무기판매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사우디에 동조한 미군의 예멘내전 개입도 확실히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주 공화·민주 양당의 상원의원 20여명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법절차를 따르지 않는 살해, 고문, 인권침해 행위에 대한 제재 의무 조항을 들어 카슈끄지 실종 사건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연명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사우디 정부가 야심차게 계획한 투자 유치를 위한 국제행사도 '반쪽'이 될 위기에 처했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오는 23일 개막 예정인 대규모 국제 투자회의인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에 잇따라 불참 선언을 하고 있다고 로이터와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사우디에서 드물게 열리는 국제행사로, '석유 왕국' 사우디의 폐쇄적 경제구조를 개방, 다원화하려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포드 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4일 각각 FII 불참을 발표했다.
두 회사 측은 최고 경영진의 불참 사유를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카슈끄지 사건이 불참 원인으로 해석되는 분위기가 짙다.
앞서 우버의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거대 콘텐츠 회사인 비아콤의 밥 배키시 CEO, AOL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케이스 등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세계은행의 김용 총재도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미국과 영국의 대표로 참석할 예정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도 불참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같은 불참 선언은 골드만삭스나 마스터카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다른 미국 기업들의 참석 계획에도 압박을 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비판 기류에다 카슈끄지 암살 의혹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이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자 사우디 주가도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왕실의 개입이 밝혀지면 가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데 대해, 사우디 왕실은 의혹 연루를 부인하면서 미국의 어떤 징벌적 조치에도 훨씬 강력한 대응으로 보복하겠다며 발끈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CNN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14일(현지시간)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타다울 종합주가지수는 카슈끄지가 이달 2일 실종된 이후 무려 9%나 떨어졌다.
CNN방송은 리야드 증시의 올해 주가 상승분이 카슈끄지의 실종 이후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주가가 급락한 것은 카슈끄지를 둘러싸고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악화, 사우디의 경제개혁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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