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응남 변호사
한국에서 근래 많이 언급되고 있는 유행어 중 하나는 바로 ‘갑질한다’일 것이다. 한 작가는 “갑질이란 최소한의 인격조차 갖추지 않은 천박한 ‘갑’ 과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조차 요구하지 않는 무력한 ‘을’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늘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앞세우며 가진 자의 횡포 즉 갑에 대한 비평과 질타를 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 어떻게 하면‘ 갑’의 횡포로부터‘ 을’을 보호할 수 있을지 수많은 대안을 제시하며 국가와 사회, 그리고 갑의 위치에 있는 계급들에게 시정과 개선을 요구해왔다. 그 작가의 지적대로,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모든 상황은 작용과 반작용을 거쳐 결과적 상황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 만약 ‘갑’들의 횡포에 침묵하지 않고,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을’들이 있었다면, 갑질은 일찍이 중단되었을지도 모른다. 1960년대부터 활발했던 미국의 민권운동은 ‘을’이기를 거부한 한 흑인 여성 로자 팍스에 의해 1955년 12월1일 앨러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버스 안에서 촉발되었다.
링컨에 의해 노예제도가 1865년에 폐지되었으나, 흑인에 대한 차별은 그 후 100여 년 간에 걸쳐 계속 이어져왔다. 그러나 한 세기가 흐른 후 한 흑인여성의 용기로 ‘갑’의 횡포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는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지구상의 모든 종(Species)은 생존 번영을 위해 끊임없이 이기적인 투쟁을 해왔다고 언급했다. 아마도 갑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이기적인 DNA 경주의 연속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에 따라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상황과 환경에 따라 색을 바꾸는 DNA도 형성됐다. 이 또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며 변신이다.
기원전 4세기 춘추전국 시대 순자는 그의 저서 ‘순자’의 ‘성악편’과 ‘예론’에서 사람은 이기적이고 시기심이 많으며 남을 해치는 본성이 있어, 사회의 질서유지를 위해서는 사법의 도에 따라 교육하고 양육되어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학설은 동양에서는 이미 2,500년 전 순자에 의해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는 성악설에서 제기된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인간이 한 인생을 살다 가면서, 다만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이고 비겁한 DNA 속성만을 쫓아 살다가 생을 마감 한다면 얼마나 헛되고 허망한 일일 것인가?
개개인이 신의 형상을 닮아 창조된 한 인격체로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용기와 당당함을 보여줄 때, 이 땅 위에 갑질이 사라지고 정의롭고 공의로운 문명사회가 큰 물줄기처럼 도도하게 이어져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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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응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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