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두말할 필요 없이 트럼프 행정부는 대단히 반과학적이다.
객관적 현실을 외면하기 일쑤다.
그러나 정부에 대한 행정부의 통제력은 제한적인 상태에 머물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미래에 미국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기술한 국가기후평가 정부 보고서의 공개를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사실 정부 보고서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공개됐다. 아마도 쇼핑열기에 묻히기를 바랬을 터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얄팍한 술수는 통하지 않았다.
평가보고서는 상당한 분량의 상세한 추가 정보를 덧붙여 가며 기후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기후변화는 국가에 주요한 위협이며 이에 따른 부작용이 이미 곳곳에서 감지된다는 것이 보고서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최근 발생한 캘리포니아 산불 이전에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미국 남서부지역에서 산불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낙엽을 갈퀴로 긁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해 산불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갈수록 위험해진다는 주장이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은 이 같은 분석을 무시한다. 제 아무리 많은 증거를 들이대도 기후변화를 일관되게 부인하는 것이 공화당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어떻게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현 시점에도 도대체 어느 정도의 도덕적 타락이 전제되어야 기후변화를 부인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기후변화를 부인하는 것을 도덕적 타락으로 묘사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게 아닐까? 우리에게 압도적인 과학적 공감대에 바탕한 사회적 통념을 거부하는 것이 허용될까?
물론이다. 사회적 통념에 위배되는 그들의 주장을 진심으로 옳다고 믿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진정한 기후변화 부정론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사익이나 정치적 이득, 혹은 자기만족을 위해 과학을 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과학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 경우 끔찍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부정하는 것이 내가 말하는 타락이다. 이 문제에 관해 최근에 내가 읽은 책은 기후학의 선두주자인 마이클 E. 맨이 쓰고 톰 토레스가 삽화를 곁들인 ‘매드하우스 이펙트’이다.
맨이 설명하듯 기후변화 부인은 오랫동안 과학을 부정해온 담배회사들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대중을 혼란시킬 목적으로 흡연의 해악을 부인하는 장기적인 비과학적 캠페인을 벌였다.
충격적인 진실은 1950년대에 담배회사들은 이미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업체들은 흡연과 폐암발병 사이의 연관관계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듯 보이도록 만드는데 거액을 지불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신들의 상품이 사람들을 죽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지속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일반대중이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막았다. 이 정도면 도덕적 타락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여러 가지 면에서 기후 부정주의는 암 부정주의와 유사하다.
대중을 혼란에 빠뜨려 금전적 이들을 취하는 업체들 - 이번 경우에는 화석연료 회사들이 - 주모자들이다.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기후변화를 회의적으로 바라본 유명한 몇몇 과학자들은 너나없이 담배회사들로부터 혹은 도너스트러스트(DonorTsrust)와 같은 ‘검은 돈’의 전달자들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매튜 휘태거가 신임 범부장관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하기 이전부터 그의 뒷배를 보아주었던 물주가 바로 도너스트러스트였다.
그러나 기후 부정론은 암 부정론보다 훨씬 깊은 정치적인 뿌리를 드리우고 있다.
실질적으로, 요즘 참된 현대 공화당원으로 대접받으려면 지구 온난화라는 객관적인 현실을 부정하고, 글로벌 워밍은 자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라거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를 해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또한 지구 온난화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증거는 완전한 거짓으로 지구촌 과학자들아 조작해 낸 어마어마한 음모에 불과하다는 거친 주장을 받아들이거나 묵인해야 한다.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여유로 이런 주장에 놀아나는가? 이에 대한 대답에는 돈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 유력한 기후부정론자들의 거의 대부분은 화석연료를 옹호한다.
강력한 에너지 집단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념 역시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만약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대중은 어떤 형태로건 정부 규제를 요구하는 쪽으로 이끌리게 된다.
따라서 경직된 자유시장 이념가는 환경우려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진짜 사나이는 재생에너지 따위를 쓰지 않는다는 터프가이의 허세도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동기들은 모두 중요하다. 만약 핵심 선수들이 과학에 배치되는 진정한 의견불일치 때문에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창피하긴 하지만 죄는 아니며, 더 나은 설득노력을 필요로 할 뿐이다.
현재 기후변화 부정론은 그러나 탐욕과 기회주의, 그리고 아집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들을 앞세워 행동에 반대하는 것은 죄다.
사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암을 부정하는 것을 사소한 일처럼 보이게 만들 정도의 중대한 타락이다. 흡연은 사람들을 죽인다. 담배업체들은 너무 오랫동안 사악한 현실을 호도하려 시도해왔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단지 사람들을 죽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문명까지 파괴하고 만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대중을 오도하려는 흡연이 무효하다는 식의 캠페인을 벌이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악이다. 이들에게는 자녀도 없는 걸까?
분명히 해두자. 도널드 트럼프는 기후 부정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주된 본보기이지만 공화당은 이 문제를 놓고 벌써 수년전에 다크 사이드로 넘어갔다.
공화당은 단지 나쁜 아이디어를 가진 게 아니다. 현 시점에서 이를 받아들이는 공화당원은 필연적으로 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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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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