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니카 이 심리상담가
땡스기빙 즈음부터 연말과 새해를 지나며 늘어나는건 허리둘레와 몸무게만이 아니다. 지난 6-7년 동안 연말과 새해에 상담 문의가 2-3배 폭증하던 경험을 올해도 한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가끔 안부 전화를 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던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너무 가까이 지내면서 서로의 불편함이 건드려지거나, 좋게 시작한 대화가 뜻하지 않은 언쟁으로 끝나기도 한다.
여러 모임에 인조 미소를 달고 1-2년에 한번 만나는 사람들과 영혼 없는 안부를 주고받고 돌아올 때면 뻥 뚫린 마음에 공허함이 밀려온다. 멋지게 차려입고 깔깔거리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험,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거다.
줄어든 일조량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연말연시에는 우울증, 가족 내 갈등과 관계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내담자들이 늘어난다.
1년반 전 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돌아와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혼자 외롭지 않았어?’였다. 그러면 ‘사람이 많으면 안 외로우세요?’라고 되묻곤 했다.
가끔 다른 순례자들과 함께 걷기도 하지만, 거의 혼자 시간을 보냈건만 한번도 외롭지 않았고 오히려 온 마음과 가슴이 꽉 찼던 느낌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곰곰이 되짚어보니 그것은 낯선 땅에서 다른 이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롭기에 온전히 나의 느낌과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의식이 깨어있는 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했던 자유함, 그리고 엄마같은 자연(mother nature) 속에서 경험한 나 자신과의 깊은 연결감이 아닐까?
시인이며 인권운동가, 오바마 대통령과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인 마야 안젤루는 말한다. “You only are free when you realize you belong no place - you belong every place - no place at all.(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고 깨달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지며, 그럴 때 모든 곳에 속한다)”는 명언이 오롯이 내 것이 되는 경험이었다.
사랑을 하면 상대가 뭘 좋아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진다. 새해에는 다른 가족들을 챙기듯 자신에게도 ‘넌 지금 어때?’라고 관심어린 안부를 물어주면 좋겠다. 건강한 자아가 정립될 때 비로소 우리는 다른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
혹시 기독교인 중에 ‘자기 사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가 있다면,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할 때 비로소 가능함을 기억하자.
내담자에게 종종 ‘당신은 뭐할 때 행복하세요?’라고 묻는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은 무시한 채,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며 주어진 역할이 자기 자신인줄 믿고 사는 이들은 대부분 ‘생각해본 적 없어요’라고 답한다.
열심히 살았는데 마음이 공허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돌보느라 자기 자신의 필요와 느낌은 너무 오랫동안 방치한건 아닌지 한번 돌아보면 좋겠다. 새해의 새날, 이제 나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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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이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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