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성당에 찾아오는 존이라는 흑인 노숙자가 있다. 가끔 성당 안으로 불쑥불쑥 들어와 신자들을 놀라게 한다. 그리고 아무한테나 돈을 뜯어 가서 내가 참 미워하고 있는 판이었다.
한동안 그가 안 보여서 속이 다 시원했는데 오랜만에 나타난 그는 잘 걷지도 못하고 비쩍 말라 있었다. 아, 큰 병이 걸렸나보다 하며 걱정이 됐다. 그러나 안타까운 마음도 금세 사라지고, 곧 돈을 뜯으러 다니는 그가 다시 거슬리기 시작했다.
한번은 미사 때 점잖게 앉아 있길래 하도 냄새나고 지저분해서 “야, 너 나가” “경찰 부른다”고 윽박질렀다. 그렇게 쫓아 놓고 미사를 하는데 하필 그날 복음이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가 아닌가? 복음을 읽고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강론을 하면서 마구 양심이 찔려 왔다.
한 번은 미사 중 헌금 시간에 존이 비틀비틀 나오더니 봉헌이라고 얼마간의 돈을 바구니에 넣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한마디로 감동했다. ‘뜯어 가기만 하더니 이제는 내놓을 줄도 아는구나! 너 이제부터는 내 신자다.’ 감동한 나머지 나는 미사 후 10달러를 그의 손에 쥐어 보냈는데, 존은 또 다시 열심히 돈을 뜯어가지고 콧물을 훌쩍거리며 떠났다.
감동한 것은 수녀님도 마찬가지. 25센트짜리 하나 바구니에 넣고 몇 십 달러 벌어갔지만 말이다. 나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명실공히 너도 이제 내 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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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현 요셉 /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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