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다 되어서 낳은 큰 아이. 이른 나이 출산이 아니었음에도 주위에 아이를 키워본 친구나 선배가 없었기에 다들 그렇듯 육아를 공부처럼 시작했었다. 개월 수 따라 진행되는 행동 발달 책, 부모의 마음가짐을 조언하는 책, 엄마란 존재를 고찰한 책은 물론 칭찬이 어떤 동물을 춤추게 한다거나 누구처럼 영어공부 안할 거냐고 물어보는 책까지 사들였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서야 책으로 배워선 안 될 것들이 참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애나 화장법, 아이를 키우는 일, 특히 엄마가 되는 일은 그런 것 같다. 두뇌 자극이 된다는 책을 보여주면 뺏어서 입으로 빨고, 시각 자극에 좋다 해서 사둔 책들을 징검다리 삼아 밟고 노는 아이는 내 예상을 벗어났다.
미숙한 엄마라고 미안해 한 지 스무 해가 돼간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을 엄마로 살고 있는데도 나는 아직 많이 모자라다. 어설픈 모습을 보이는 엄마라 아이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함께 조금씩 아직도 자라고 있는 중이다. 스무 살짜리 큰 아들은 막 태어났을 때도 그랬고 10살 때도 그랬듯 아직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다. 자는 아들의 발을 쓰다듬으며 오늘도 속삭인다. “엄마가 아까 화내서 미안해.”
<이승희 / 섬유조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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