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실험 중단 지속─신고·사찰─폐기─NPT 재가입순
▶ 2차 미북정상회담서 비핵화 수순합의 도달 기대

앤드루 김 전 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이 22일 스탠포드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주최로 강연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 소장.
미북협상의 막후채널을 맡았던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이 22일 핵·미사일 시험 중단에서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에 이르는 북한 비핵화 과정을 정리한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CIA를 사직하고 스탠포드대 방문학자로 자리를 옮긴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미국의 목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것을 재확인하면서 이같은 내용의 ‘잠재적’ 로드맵을 소개했다.
김 전 센터장은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했으나, 지난해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실무협상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로드맵 구상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그는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 핵·미사일 시험의 지속적인 중단을 출발점으로 ▲포괄적 신고 및 전문가 사찰 ▲핵무기·운반체·핵물질 폐기를 거쳐 북한이 2003년 탈퇴한 NPT에 재가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정일과는 다른, 대화가 통할 수 있는 상대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더이상 내 후손들이 평생 핵을 이고 살아가길 원치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의 권력 시스템을 이해하고 협상에 임하지 않으면 이번 협상도 동상이몽으로 끝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상응조치를 경제(경제제재 완화)·정치(여행금지국 해제, 연락사무소 개설 등)·안보적(종전선언 서명 등) 측면의 3대 인센티브로 분류했다.
그는 북한이 희망하는 대북제재 해제에 대해서는 “FFVD가 가시권에 노출됐을 때 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위해선 북한이 ‘값’(price)을 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1차 회담보다는) 더 많이 가고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까지 이뤄진 진전을 보면 2차 회담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핵폐지라는 기본적 틀을 확정하고 그에 따른 타임라인을 합의하는 수준에 이르면 성공적인 결과라고 밝혔다.
강연 후 김 전 센터장은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류언론과 한국언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다. CIA 사직이유를 묻자 그는 원래 2016년 은퇴를 했으나 CIA측의 간곡한 부탁으로 2017년부터 1년 더 일한 것이라며 현재의 스탠포드대 방문학자직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 전 센터장이 공개적인 발언에 나선 것은 현직에 있을 때를 포함해 처음으로, 미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 출신 인사가 공개 강연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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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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