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로니가 라피(왼쪽)가 찍은 자기 사진을 보면서 라피의 사정을 듣고 있다.
외로운 홀아비와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인과의 서신교환을 다룬 데뷔작 ‘도시락’(2013)과 이 영화로 할리웃의 부름을 받고 만든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가 나온 황혼기의 로맨스 얘기 ‘밤의 우리의 영혼’(2017)을 연출한 인도 감독 리테쉬 바트라의 영화로 부드럽고 애잔하고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다.
바트라는 결코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서서히 인물들의 성격과 배경 그리고 이들 주위 사람들의 얘기와 인도의 사회적 문화적 문제들을 서술하는데 연출 스타일이 티가 나지 않고 작품에 대한 배려가 매우 인간적이어서 고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정이 가는 솜씨로 간간 유머를 양념식으로 섞어 넣어 가라앉은 분위기에 자극을 준다.
이 영화도 ‘도시락’처럼 알게 모르게 은근하게 지속되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뤘는데 두 사람이 배경과 계급이 다른 걸맞지 않는 짝이어서 둘의 로맨스가 결실을 맺을 것인가 아닌가하고 시종일관 궁금하게 만든다. 끝에 가서도 시원한 대답은 없는데 그 게 더 매력적이다.
뭄바이의 판자집에서 여러 명의 거리 행상들과 함께 사는 라피(나와주딘 시디키)는 거리 사진사. 어느 날 침울한 표정의 밀로니(사니아 말호트라)의 스냅사진을 찍으면서 모든 것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관계가 이어지게 된다.
라피는 시골 고향에 사는 할머니(화룩 자파르)에게 번 돈을 꼬박꼬박 보내는데 그가 할머니를 그토록 생각하는 이유는 후에 밝혀진다. 할머니가 라피가 장가를 안 가 먹던 약을 중단했다는 편지를 받은 라피는 궁여지책으로 밀로니의 사진을 자기 약혼자인 누리라고 속여 할머니에게 보낸다. 이에 할머니가 누리를 보려고 뭄바이에 오겠다고 하면서 라피는 수소문해 밀로니를 찾아내 자기 사정을 털어놓고 누리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런데 라피는 이미 고적한 표정을 한 밀로니의 사진을 보고 마음이 이끌린 상태.
밀로니는 중산층의 온순한 성격의 여자로 회계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부모가 결혼하라고 종용하면서 마련한 상대방 남자와의 만남에도 순순히 참석한다.
그런데 밀로니의 성격 묘사가 좀 애매모호하다. 라피의 할머니가 올라오고 라피와 밀로니는 가짜 약혼자로서 할머니를 만난다. 그러다가 이 만남은 서서히 라피와 밀로니 둘만의 만남으로 변화한다. 둘이 영화를 구경하고 데이트를 하면서도 둘은 결코 사랑의 말이나 행동은 취하지 않는다. 장래가 암담한 라피로서는 자기와 계급과 생활 여건이 판이한 밀로니에게 자기 마음을 표시한다는 것이야말로 언감생심이다.
하나 변화를 보이는 것은 얌전한 밀로니가 라피를 만나면서 보다 적극적이 된다는 점이다. 조용하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웅변적인 영화로 연기들이 다 좋은데 특히 자파르의 흙냄새 나는 강인한 연기가 일품. 촬영도 좋다.
Amazon Studios.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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