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센 강변을 끼고 이름 없는 화가들이 화폭을 마주하고 그림을 그리는 명소가 있다면, 한강을 낀 미사리 강변은 언제부터인가 크고 작은 카페들이 생겨나 이름 모를 가수들의 명소로 변모해 있었다. 올림픽도로 옆 논밭을 메우고 들어찬 카페 앞에는 무명 가수들의 이름이 즐비하게 새겨진 막대기가 오가는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덩치가 커져가는 아이들에게 큰 방이 필요해서 일찌감치 강남에서 하남시로 이사를 계획한 것은 확 트인 한강과 산세가 수려한 검단산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좁은 서울을 탈출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 당시 하남시는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었다.
그 후 수많은 카페가 터를 잡고 생겨날 때쯤 입 소문을 타고 서울 친구들이 곧잘 우리 집을 찾아 왔다. 한때 불야성처럼 성황을 이루며 사랑과 낭만으로 유명하던 이곳 카페촌은 서울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올 봄 한국 방문 때 미사리 강변을 돌아볼 기회가 생겨 팔당대교를 오가며 즐겨 찾았던 희미한 추억 속의 카페거리를 둘러보았다. 그 동안 많은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다정했던 전원도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옛터에는 코스코와 테크노벨리, 타이슨스코너 쇼핑몰에 버금가는 스타필드 물류센터와 같은 초대형 건물들이 한강을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몇몇 카페가 그나마 위태롭게 살아남아 나그네의 심정을 달래주는 듯했다.
현란한 한강변의 불빛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펼쳐지는 야경을 바라보며 와인 한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던 한때, 그 시절 한강변 미사리 카페들이 추억 속에서나마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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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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