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엔 승자와 패자 없다” 총리로 마지막 대중 연설
“원칙과 실용을 결합하지 못하고 필요할 때 타협하지 못하는 무능이 우리의 모든 정치적 담론을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이들은 상대방의 의견을 비하하지 않고 비판하는 능력을 잃어버렸습니다. 정치엔 승자와 패자가 없습니다.”
오는 23일 퇴임을 눈앞에 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총리로서 마지막 대중 연설에서 ‘쓴소리’를 내뱉었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나이절 패라지 브렉시트당 대표 등 이른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절대주의자’를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연설에서 “타협은 결코 더러운 말이 아니다”라면서 “정치인들은 시급한 국제적 과제들에 대한 공통의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 방송은 메이 총리의 이번 연설이 최근 미국 민주당 내 유색 여성 하원의원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 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발언이라고도 해석했다. 메이 총리는 연설 도중 “절대주의는 영국 정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서 “우리는 유럽을 넘어 극좌와 극우 정당의 등장을 보고 있고 국제 관계에서도 점점 더 적대적인 성격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차질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2016년 7월 총리에 취임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이후 영국이 맞이한 두 번째 여성 총리였다.
메이 총리를 대체할 보수당 내 인사의 기근으로 총리직을 3년여간 수행해 왔지만 브렉시트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협상 과정에서 EU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지적이 속출했고 2018년 12월에는 보수당 내부에서 대표 불신임 투표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하지만 2019년 1월에는 메이 총리가 제시한 브렉시트 안건이 영국 현대 정치 사상 최다 표차인 230표차로 부결되면서 사실상 정치적 생명이 끝난 채 총리직을 유지해 왔다.
영국 일각에선 메이 총리의 마지막 연설에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의 의회 담당 기자 마이클 디콘은 이날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에 실린 ‘테리사 메이는 그의 경력에서 가장 나쁜 연설을 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그는 “철저하게 뉴스가 없는 연설을 해 오후를 낭비하게 했다”며 독설을 퍼부었다. 2016년 예상외로 가결된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데이빗 캐머런 전 총리가 사임하며 졸지에 총리 자리에 오른 메이 총리가 마지막까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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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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