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던 햇살도 한풀 꺾이고 여름과 작별하듯 아들 식구와 함께 늦은 휴가를 떠났다. 출발할 때 맑던 하늘이 오션시티에 가까워질수록 햇살을 가린 뭉게구름이 오락가락 변덕을 부린다. 서둘러 호텔에 짐을 풀고 바닷가로 나가보니 이미 해변에는 집채 같은 파도가 어른 키만한 모래 턱을 만들어놓았다.
흰 물거품을 물고 오는 파도와 거센 바람에 해수욕복을 걸친 사람들이 파라솔 대신 의자에 앉아 바람에 날리는 무수히 많은 잔모래로 해수욕을 대신하고 있었다.
대서양 바다 저 끝에서 밀려오는 거센 파도 소리가 언젠가 골웨이(Galway) 해변에서 느꼈던 성난 파도와 모래 바람을 그대로 연상케 하였다. 88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일년간 영국에 체류할 당시 시간을 내어 케네디 방문 기념비가 있는 아일랜드 최서단 골웨이 바닷가를 찾았던 적이 있다. 생소한 나라, 그 중에서도 작은 소도시 해변을 기차를 타고 도착하니 잿빛 하늘과 성난 파도만이 적막을 깨트리고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의 기념비 앞에서 인생의 무상함에 잠겨 보는 것도 잠시, 1958년 그가 쓴 ‘이민의 나라’란 책에서 이민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처절했던 그 당시 아일랜드의 생활상을 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끝없이 펼쳐진 대서양을 바라보노라니 케네디가 1963년 골웨이 방문 때 행하였던 연설의 한 마디가 떠오른다. “골웨이 해변에서 저 멀리 대서양을 바라보면 보스턴 해변이 보인다”고 했다는데 어쩌면 이곳 오션시티 해변을 연상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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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순/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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