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시 중에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가 있다. 그 중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문장은 몇십년 전 자취방에서 연탄불 갈던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 추억에 젖게 한다.
활활 타올라 방의 온도를 꾸준히 지켜주고, 음식을 익혀먹을 수 있도록 온몸을 불사른 후에도 골목에 뿌려져 마지막까지 쓰임을 다하는 연탄재. 쓸모없다는 생각으로 하찮게 여겼던 연탄재가 묻는다. 과연 나는 뜨거운 열정을 다해 불태우며 쓰임이 필요한 존재가 되어본 적이 있었는가?
연탄을 태우다보면 반쯤 타다 꺼지는 경우도 간혹 생긴다. 아까운 마음에 다시 그 연탄에 불을 붙이는데 열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지 않을까? 과거에 잘 나갔던 사람, 끝까지 잘 나가는 사람, 과거에는 잘 나갔는데 지금은 힘든 사람, 과거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잘 나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모양으로 살아간다.
연탄을 보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 지금 내가 타다만 연탄이라도 불씨를 찾아 다시 끝까지 태울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기다리지 않아도 내일은 오고, 내년은 온다.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끝까지 아낌없이 탈 연탄인가? 중간에 꺼질 것 같은 불안한 연탄인가? 나중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나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야말로 하얗게 불태웠어!” 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
허진옥 / 샌프란시스코>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