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대학자 퇴계 이황은 어느 날 조부 제사를 위해 큰 형님 집으로 갔다. 방에는 정성껏 차려진 제사음식이 가득했는데 제사상 위에 놓여있던 배가 갑자기 굴러 떨어졌다. 이때 퇴계의 두번째 부인 권씨가 배를 치마에 슬쩍 감추었다가 발각되어 큰 형님에게 꾸지람을 들었다. 퇴계는 첫부인과 7년만에 사별하고 재혼했는데 둘째부인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그녀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한다.
그렇다면 부인의 경솔한 행동에 대해 퇴계는 어떠한 행동을 보였을까? 배가 먹고 싶어서 그랬다는 부인의 이야기를 듣자 그는 손수 배를 깎아서 부인에게 먹여주면서 친지들 앞에서 부인을 감싸주었다. 퇴계는 당대 최고 학자였지만 이처럼 사람보다 이념을 앞세우지 않았고 이념이나 다른 어떤 것도 사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었다.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반목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유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드는데 있다. 자신의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사람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사람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아니라 물질이나 일이 중요시되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이웃과의 층간소음 문제로 비롯된 갈등으로 칼부림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인명을 살상하는 일도 보게 된다.
자신의 부와 지위, 성별과 관계없이 인간 존중 사상을 몸소 실천했던 퇴계의 정신을 한번쯤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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