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 100조원의 투자와 역대 최고치인 62%의 재정을 상반기에 쏟아부어 2.4%의 성장률을 이룬다는 내용의 ‘경제정책방향’을 19일 내놓았다. 정부도 강조하듯 내년 경제정책의 뼈대는 투자다. 신줏단지처럼 움켜쥐었던 소득주도 성장에서 조금은 비켜나 성장의 모멘텀을 투자에서 찾겠다는 뜻은 일단 긍정적이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정부는 기업 25조원과 민간투자사업 15조원, 공공기관 60조원 등을 구체적인 투자방안으로 내세웠는데 이를 뜯어보면 화려한 숫자 나열에 불과함이 금세 드러난다. 당장 25조원 투자계획부터 공허하다. 이 가운데 울산 석유화학 공장 등 10조원은 이미 계획된 재탕이고 15조원은 추가 발굴하겠다는 의지일 뿐이다. ‘100조원’이라는 수치에 꿰맞추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더욱이 이번 정책방향에는 대규모 투자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이를 담보할 규제혁파와 획기적인 감세조치 등이 담기지 않았다.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오랫동안 외쳐온 원격의료 등 알맹이는 또다시 빠졌다.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구조개혁을 말하면서 가장 중요한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는 논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이러니 100조원 가운데 10분의1, 많아야 5분의1 정도 집행되는 데 그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정부는 그러면서도 성장률을 2% 중반에 맞추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얘기했다. 국내외의 권위 있는 연구기관들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 성장이 버거울 것이라고 내다보는데 정부는 이를 훨씬 높여 잡은 것이다. 물론 정부가 조금은 과도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목표를 뒷받침하는 정책도구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구체적인 실천 플랜은 무시하면서 목표만 내세우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희망고문’이다. 내년에도 반도체 경기 호전과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되기만 기다리며 추가경정예산을 찾는 천수답 경제를 계속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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